[공연]4000회… 15년간 달려온 뮤지컬 ‘지하철 1호선’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포장마차 ‘곰보네’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의 넋두리 속에서 서울의 초상이 드러난다. 김미옥 기자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포장마차 ‘곰보네’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의 넋두리 속에서 서울의 초상이 드러난다. 김미옥 기자
내달 31일 옛 출연진 카메오 출연 공연

내년 ‘21세기 버전’으로 새 출발

“노점상 단속하고 있는데요…. 어어, 이 부분 동선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곰보할매, 빨강바지, 문디가 앞으로 모여서 앉아 봐. 그러면 단속반이 뒤에 붙어서 움직이고.”

실향민 출신 곰보할매의 포장마차가 단속반과 맞닥뜨리는 장면이다. 하룻밤 사랑 ‘제비’를 찾아 서울에 온 조선족 ‘선녀’가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내려 들른 곳이다.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김민기 연출) 공연이 20일부터 재개되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그린 소극장은 ‘4000회 팀’의 연습으로 분주하다. 1994년 5월 14일 첫 공연 뒤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이 뮤지컬은 12월 31일 4000회 공연을 맞는다. ‘4000회팀’에는 15년간 승차했던 출연진이 주요 배역과 카메오로 등장한다.

흑인 혼혈 ‘철수’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최민철(32) 씨가 대기하고 있었다. 2002년 출연자다. “성악과 졸업하고 노래밖엔 할 줄 모르던 나를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라는 그는 “1년 공연을 마치니 군대 다녀온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1995년부터 노숙인 ‘땅쇠’역으로 출연해온 배우 이황의(41) 씨는 2004년 조연출자가 됐다. “(황)정민이 별명이 ‘태릉선수촌’이었어요. ‘배우는 뭣보다 체력이 돼야 한다’며 아령 없으면 소화기 들고 운동하곤 했지요. (설)경구는 욕심이 대단해 (연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공연 끝나고 소줏집 가서도 씩씩댔고….”

‘지하철 1호선’을 거쳐 간 스타들을 떠올리던 이 씨는 “11명의 배우가 76개 배역을 맡다 보니 ‘지하철 1호선을 하면 어디 가든 살아남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4000회 팀’에는 배우 안내상 장현성 씨, 영화배우 겸 감독 방은진 씨, 재즈 가수 나윤선 씨 등이 출연한다. 김민기 연출의 말처럼 ‘큰 쫑파티’가 될 참이다. 그는 4000회 공연 뒤 ‘지하철 1호선’을 잠시 정차시키려고 한다.

“2002년 이후 공연부터 ‘1998년 버전’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엄청난 충격이라고 여겨서였지요. 그런데 올해 초 숭례문이 불탔을 때 도대체 한국에서 반성적 사유가 가능한가에 대해 기본적인 회의가 들었어요.”

그때 21세기 지금, 여기의 모습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그에게 밀려들었다.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신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 관객들의 의견을 모은다.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에 꼭 들어가야 할 사건들을 공모한다. 김 씨는 “20세기 버전에서 조선족을 통해 서울을 바라본 데 대해 21세기 버전에선 어떤 시선으로 조망할까를 고심한다”며 “21세기 서울은 한 사람의 눈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1만8000∼3만3000원, 02-763-8233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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