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친절한 오페라’ 초보관객도 즐거워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2시 59분


“이제는 성악가 개인의 유럽 진출은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오페라 작품 전체를 통째로 해외로 수출해야 할 때입니다.” (박세원 서울시 오페라단장)

서울시 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12월 19, 20일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에서 공식초청을 받아 공연을 갖는다. 1801년에 건립된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은 1986년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이탈리아 4개 극장 중의 하나다.

○ 27∼30일… 베르디 후기작품 중 손꼽히는 명작

‘라 트라비아타’는 서울시 오페라단이 2년째 계속하고 있는 ‘베르디 빅5’ 오페라 시리즈 중의 하나. 올해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당시 동양적 추상미가 가득한 무대로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거대한 보름달과 초승달을 형상화한 샹들리에가 비올레타의 생명이 꺼져감에 따라 점차 빛을 잃어가도록 연출한 장면은 백미로 꼽혔다.

당시 내한해 이 작품을 지켜봤던 이탈리아 트리에스타 베르디극장의 알렉산드로 질러리 제작감독은 “한국의 연출가와 성악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라 트라비아타’는 동양적 아름다움을 지닌 무대연출로 이탈리아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공식 초청했다.

베르디극장은 내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할 예정이다. ‘라 트라비아타’가 100% 한국인 성악가와 스태프의 작품이라면, ‘나비부인’은 주인공 초초상 역도 이탈리아 여성 가수가 맡을 정도로 동양적 소재를 서양인의 시각으로 연출해 낸 오페라다.

박세원 단장은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리의 창작 오페라도 좋지만 세계인들이 가장 잘 아는 작품을 우리의 미적 감각으로 연출한 작품이 더욱 환영받을 것”이라며 “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 우리 오페라 작품의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오페라단은 27∼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시리즈 4번째 작품 ‘돈 카를로’를 무대에 올린다. ‘돈 카를로’는 베르디의 후기 작품 중 손꼽히는 명작으로, 16세기 스페인 왕가의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절대 왕권과 종교재판 등 궁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여섯 인물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베르디 오페라 빅5 시리즈’는 유료 좌석점유율이 86∼88%에 이른다. 평균 오페라의 유료좌석 점유율이 30%인데, 특별한 기업후원 없이 일반 매표로 이러한 좌석 점유율은 경이적인 수치다. 이는 철저히 ‘초보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오페라’ 전략 때문이다.

○ 공연 전 작품 해설-3층엔 대형스크린 중계

공연 시작 전 세종문화회관 객석에 장착된 액정표시장치(LCD)와 대형스크린으로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스페인 궁정 곳곳의 조각상과 에피소드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면서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 씨가 작품의 배경을 해설해준다. 또한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3층 객석에 가로 6.6m, 세로 3.7m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6대의 카메라로 실시간 중계한다. 3층 객석을 주로 구매하는 주머니 얇은 학생이나 서민들을 위해서다.

박 단장은 “돈 카를로는 베르디가 절정기에 쓴 가장 예술성 높은 작품”이라며 “오페라는 공부해서 봐야 한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관객이 객석에 앉아서 그냥 즐기면 200% 오페라를 이해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연출 방향”이라고 말했다. 2만∼12만원. 1544-188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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