照(조)는 火(화)가 의미요소이다. 화(화)는 그 변형이다. 밝다 또는 빛나다, 비추다 또는 거울 따위에 비춰보다, 落照(낙조)처럼 햇빛, 參照(참조)나 對照(대조)처럼 맞추어보다의 뜻이 있다. 泉(천)은 샘 또는 샘물이다. 산기슭의 샘구멍에서 물이 솟는 것을 본뜬 상형자이다. 지하수를 뜻하기도 하고 黃泉(황천)처럼 저승을 뜻하기도 한다.
流(류)는 수(수)와 빠르다는 뜻이 있는 류(류)를 합한 회의자이다. 흐르다 또는 放流(방류)처럼 흘려보내다, 流動(유동)이나 流浪(유랑)처럼 옮겨다니거나 떠돌아다니다, 물길 또는 갈래나 종류의 뜻이 있다. 流言蜚語(유언비어)는 근거없이 널리 퍼진 말 또는 모략적으로 날조하여 퍼뜨리는 말이다. 蜚(비)는 飛(비)와 통하며 날다의 뜻이 있다.
중국 杭州(항주)에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西湖(서호)가 있고, 그 호수 가운데 있는 湖心亭(호심정)에는 乾隆(건륭)황제가 썼다는 ‘(충,훼)二(충이)’라는 두 글자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風月(풍월)에서 글자의 겉, 즉 邊(변)을 없애고 안의 것만 남겼으니 ‘無邊風月(무변풍월)’인 셈이다. 가없이 펼쳐진 청풍명월을 재치있게 표현한, 한자에서나 가능한 文字遊戱(문자유희)이다.
도시생활에선 자연의 바위 위를 흐르는 샘물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소나무 사이의 달빛도 그렇다. 하지만 동산과 빌딩에 걸린 달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길 위의 낙엽도 사람의 발길을 차별하지 않는다. 唐(당) 王維(왕유)의 ‘山居秋暝(산거추명)’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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