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교과부가 7차 교육과정(2001년)을 시행하면서 “다음 음악교육과정 개편 때는 국악을 10% 늘려 50%까지 비중을 높이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교과부가 국악교육을 포기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국악인은 크게 우려한다.
문제가 된 ‘즐거운 생활’은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는 음악 미술 체육을 합친 통합교과서다. 즐거운 놀이를 통해 민족적 정서와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즐거운 생활’의 음악영역에는 우리 민족의 얼인 국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 아이들이 처음 입학한 학교에서 배우는 첫 교과서에 우리 것이 없다면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긍지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과부에서 제시한 ‘즐거운 생활’ 실험본을 살펴보면 국악을 너무 축소했다. 2학년의 경우 현행 12시간에서 2시간으로, 1학년은 현행 13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다. 전체 음악시간을 2학년은 10시간, 1학년은 8시간으로 줄였는데 대부분 국악을 줄였다.
교과부는 “현장 교사들이 국악은 가르치기 힘들고 재미가 없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축소 이유로 들고 있다. 학생이 배우기 싫다고 배우지 않고, 배우고 싶다고 배우는 게 교육이 아니다.
사실 교과부는 국악교육을 흉내만 내고 있다.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국악이 40% 정도 포함되어 있음에도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의 음악교육 과정에는 국악 비중이 20%에 못 미친다. 어려서는 물론 교육대학에서조차 국악을 배우지 못한 교사가 어떻게 학생에게 쉽고 재미있게 국악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전통문화인 국악은 현행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서양음악의 비중을 높인 교과서가 과연 교육 목표에 합당한가.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학생들이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교과부는 더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 ‘즐거운 생활’ 실험본을 다시 제작해야 한다.
윤미용 전 국립국악원 원장 국악방송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