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대형참사 부른 사소한 실수들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3시 00분


◇ 인간이 초대한 대형참사/제임스 R 차일스 지음·황현덕 외 지음/512쪽·2만2000원·수린재

1989년 영국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의 보잉 737기는 고도 8800m에서 왼쪽 엔진이 고장났다. 기장은 엔진 통제장치만 보고 오른쪽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오른쪽 엔진의 출력을 줄여버렸다. 승객 중 왼쪽 엔진에서 불길이 나는 걸 본 사람이 있었지만 조종실에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이 바람에 비행기는 거의 엔진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셈이 됐고 승객 126명 중 47명이 사망했다. 기장이 계기상에서 엔진의 진동표시계를 봤으면 금방 알아차렸겠지만 이 기기는 아주 작고 눈길이 닿기 힘든 구석에 있었다.

미국의 과학평론가인 저자는 이처럼 비행기 선박 원자력발전소 시추선 등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 50여 건을 치밀하게 추적해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요인과 진행 과정을 들춰낸다.

저자는 기계로 인한 참사가 하나의 원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작든 크든 하나의 원인이 다른 원인을 부르고 연쇄적으로 오류가 일어나 파국으로 치닫는다. 인간의 판단 착오와 실수, 기계의 원천 오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보 시스템, 경보가 작동해도 사용자가 쉽게 알 수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 의사소통의 오류가 복잡하게 얽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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