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도 올림픽이 열린다는 거 아니? 물론 진짜 올림픽은 아니고 각국 기지 대원들끼리 해마다 한 번씩 모여서 몇 가지 운동 경기를 벌이는거야. 남극 올림픽은 우정을 나누는 행사니까. 삼촌은 농구선수로 참가해 프로선수처럼 멋진 슛을 날렸단다. 너희들이 봤으면 삼촌이 진짜 선수인 줄 알았을 거야. 경기에서 이겼느냐고? 그건…비밀이다!
10월 14일, 폼 하나는 그럴 듯한 삼촌이.”》
“한국에선 추석을 지냈겠구나. 명절엔 가족이 더 보고 싶단다. 그런데 남극에는 설이나 추석보다 더 큰 명절이 있어. 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란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져 추위도 수그러드니까. 그래서 남극에선 동지가 가장 기쁜 날이야. 11월 1일, 편지를 많이 받고픈 삼촌이.”
남극 킹조지 섬에 있는 세종기지에 파견된 과학자 삼촌이 한국의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그림책. 말하듯이 풀어 쓴 친근한 편지글을 통해 남극의 삶과 남극에 대한 궁금증을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게 소개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은 과연 얼마나 추울까? 남극 대륙에서 기록된 가장 낮은 기온은 영하 89.6도. 12월부터 3월까지인 여름철 평균 기온도 영하 30도. 그나마 세종기지 주변은 연평균 기온이 영하 2.4도로 ‘따뜻한’ 편.
세종기지 대원들이 머무는 곳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새빨간 건물이다. 이 건물 앞에는 늠름한 장승이 서 있다. 남극에서는 건물바닥이 땅과 붙지 않도록 땅에 기둥을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 그래야만 폭설이 쏟아졌을 때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을 새빨갛게 칠한 이유도 코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에도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는 색깔이어서다.
1월부터 12월까지 삼촌이 보낸 편지 13통과 중간 중간 삽입된 설명글을 통해 남극의 1년을 엿볼 수 있다. 대원들이 겪는 여러 에피소드, 아델리펭귄을 비롯한 남극의 동식물, 지구온난화가 남극에 미치는 영향도 소개했다.
세종기지 입구에 세워진 늠름한 장승에 대한 이야기나 명절이면 한국에서 공수해 온 김치와 칠레산 과일로 차례상을 차리는 모습은 외국 번역 그림책에서는 알 수 없었을 얘기들이다. 해외 유명 그림책보다 그림이 다소 투박하지만,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창작그림책이 더 소중한 이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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