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 양전자, 사회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심리역사학…. 이 단어들은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그와 상응하는 학문이나 입자가 발견되기 이전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그래픽 속 사진)의 과학소설(SF) 속에서 상상의 산물로 나온 용어라는 것. 과학을 앞질러가는 과학소설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과학소설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의 영향력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아이, 로봇’ ‘영원의 끝’을 쓴 SF 작가이자 교양과학 논픽션 작가로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저자의 잡지 연재물과 기고문을 모아 과학소설론으로 집대성했다. 현기증이 날 만큼 빨리 변하는 첨단 시대에 과학소설의 의미와 이 장르에 대한 이해와 창작 기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부 ‘과학소설론’에서 저자는 ‘과학소설은 변화한다는 사실,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문학의 한 갈래’라고 말한다. 변화의 존재, 변화의 수용이 과학소설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과학소설은 상상 속의 일만 그려낼 필요도, 예언적일 필요도 없지만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 영향력은 다양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마시대 이래 상상의 주요 대상이던 우주와 달 여행을 비롯해 원자폭탄과 로봇의 가능성 등은 모두 과학소설에 기원을 두기 때문이다. 과학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에 대한 검토나 과학소설 향유자들의 특징, 과학소설사에 남을 만한 작가들도 다채롭게 분석했다.
저자는 고대와 중세에 인공적으로 창조된 생물로 등장하던 로봇의 원형은 메리 셰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거쳐 구체적인 이미지를 획득했고, 자신의 작품에 이르러 기계와 컴퓨터의 조합으로서 로봇의 정체성이 획득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학소설에서 자주 애용되는 시간여행이란 주제에 대해 현실적인 가능성이 의심스럽지만 수많은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이유는 ‘없애버리기엔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부 창작론에서는 실제 글쓰기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기법들을 알려준다. 감각이 뛰어난 플롯을 만들어내는 방법, 소설 아이디어를 얻어 집필하게 되기까지의 사고과정, 등장인물 이름 짓기, 은유나 서스펜스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설명한다. 비평가나 서평에서 혹평을 받았을 때의 괴로움, 작가로서의 고뇌 등도 털어놓는다.
3부에서는 실제 저자의 작품이 어떻게 쓰였는지 비교해볼 수 있도록 ‘칼’ ‘골드’를 비롯한 15편의 작품을 실었다. 책 뒤에는 국내 과학소설 작가 김창규 배명훈 김선욱 씨의 해설과 작가의 상세연보도 함께 실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