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공인중개사 도전기

  • 입력 2008년 11월 17일 21시 20분


가정주부였던 저는 작년 11월에 경제사정도 어렵고,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까지 일을 했는데, 보수가 꽤 괜찮았습니다.

막상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저도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올해 1월에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겁도 없이 무작정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서 교재를 받았는데,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 무려 6권이나 됐습니다.

학원에서는 시험 보는 날까지 10개월이나 남았으니 열심히 해보자며 저를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아침에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저녁준비를 하고, 오후 4시부터는 아르바이트를 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보면 시간은 금방 밤 10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자기 전에 복습이라도 하려고 책을 펴면 도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 때도 많았는데,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제가 나이 사십이 넘어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민법, 공법, 공시법 등등 처음 접하는 법은 어렵기만 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신 분들이 다들 너무 대단해보였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공부하길 5개월. 이정도면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데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해서인지 만날 그 실력이 그 실력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6월부터는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험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0월 26일!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동안 제가 공부한다고 너무 힘들어 하니까 남편이 집안일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 날은 남편이 인스턴트 육개장을 사와서 아침밥을 차려주었습니다.

살다보니 남편에게 밥상도 받아보고 그간 잘 도와준 남편과 아이들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험을 보고 나니까 너무 허무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뭐라고 이걸 딴다고 몇 개월 동안 3∼4시간 밖에 못 자면서 공부를 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세요? 시험 끝나고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보니까 1차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을 한 것 같았습니다. 학원에서 같이 공부한 언니들에게도 결과를 물어봤습니다. 저만 쏙 붙고 언니들은 다들 떨어진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습니다.

남편은 앞으로도 집안일 도와줄 테니 내년에 있을 2차 시험도 열심히 준비하라고 합니다. 2차 시험은 정말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멋진 전문 직업인으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충남 천안 | 장애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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