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Air]MBC‘오늘밤만 재워줘’ 촬영 현장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3시 01분


이경실, 김지선, 유채영, 강수정 등 4명의 ‘아줌마’가 MBC 오락 프로그램 ‘오늘밤만 재워줘’ 촬영을 위해 14일 오후 경기 부천시에 사는 가수 김종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만들고 수다를 떨었다. 김종서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이렇게 힘들었던 방송 촬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이경실, 김지선, 유채영, 강수정 등 4명의 ‘아줌마’가 MBC 오락 프로그램 ‘오늘밤만 재워줘’ 촬영을 위해 14일 오후 경기 부천시에 사는 가수 김종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만들고 수다를 떨었다. 김종서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이렇게 힘들었던 방송 촬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냉장고 뒤지고… 요리하고… “도대체 누가 주인이야?”

아줌마 4인의 ‘남의 집 습격사건’

14일 오후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 개그우먼 이경실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긴 부츠를 벗는다며 거침없이 바닥에 드러눕는다. 김지선은 주인과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화장실을 찾는다.

이곳은 부인과 자녀를 일본에 두고 혼자 사는 가수 김종서의 집. ‘아줌마들의 톱스타 집 습격기’를 표방한 MBC의 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오늘밤만 재워줘’(21일 오후 11시 40분 첫 방송)를 촬영하기 위해 김종서의 집에 이경실, 김지선, 아나운서 강수정, 배우 유채영 등 4명의 ‘아줌마’가 들이닥친 것이다.

“급히 치워 놓은 것 같은데?” “집이 너무 깨끗하면 애인이 몰래 드나든다는 얘기지.” “가사 도우미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부르라니까. 내가 목동 사시는 일 잘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 아는데 소개해 줄까?” “이 집 정수기 물 맛있다∼.”

대본에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4명의 MC가 한마디씩 하며 부산을 떨자 김종서는 넋이 나간 표정. 이경실은 거실에 놓인 자전거 페달을 밟다 다리에 쥐가 났다며 다시 바닥에 엎어진다. 김종서는 “5분 만에 집을 ‘접수’당했다”며 “웬만한 연예인들은 이 프로그램의 촬영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꺅! 유통기한이 2001년이야! 내가 KBS에 입사하기도 전이야.”

김종서의 냉장고를 뒤지던 강수정이 놀란다. 촬영 대본에는 ‘자칭 살림고수인 김종서, 냉장고에 넣고 먹는 젓갈류와 김치만 30여 가지’라고 돼 있지만 모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다는 게 문제. 냉장고 안에 잘 정리된 장, 젓갈, 김치, 게장 등의 뚜껑을 열자 상한 냄새가 아파트에 진동한다. 작년에 지인에게 받았다는 뽕잎 진액이 담긴 페트병은 뚜껑을 조금 돌리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거품을 뿜으며 내용물을 토해 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연출자 이창규 PD는 “이런 돌발 상황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라고 말했다.

“삼계탕 요리하는 것부터 촬영해야 돼. 집구경은 나중에 하고. 일단 닭부터 안쳐.”(이경실) “예, 주방 장면부터 찍어야겠네요.”(이 PD)

방송 경력 21년차인 이경실이 삼계탕 익는 시간을 고려해 대본 맨 뒤에 있던 요리 장면을 먼저 촬영하자고 제안했다.

“찹쌀 씻을 그릇 줘. 마늘 어디 있어? 버릴 건 버리고, 이쪽에서는 음식 만들어야 하니까 가져오지 말고.”

현장을 주도하는 것은 이경실이다. 이경실은 출연자들이 할 일을 배분하고, 찜통과 그릇 등을 씻고 찹쌀과 대추를 준비하고, 닭의 배를 꿰매고, 낙지를 자르는 일을 쉬지 않고 해낸다. 카메라가 멈춘 순간에도 설거지를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주부. 촬영 때문에 온 것인지 김종서가 정말 불쌍해서 왔는지 알 수 없다.

“다음부터 스타 집에 올 때는 김치를 우리 집에서 가져와야겠어. 사오니까 조미료가 들어 있는 것 같더라고.”(이경실)

가스레인지에 얹어 놓은 닭이 익어 가며 고소한 냄새를 퍼뜨리자 스태프의 발 냄새와 상한 음식 냄새를 밀어냈다. 이경실은 손으로 닭을 쭉쭉 찢어 출연자들의 접시에 나눠 주고, 찬 김밥을 먹고 있던 스태프에게도 국물을 돌렸다.

“재료 찍고 완성된 삼계탕 따로 찍고 끝낼 줄 알았는데, 정말로 직접 끓여서 주네.”(김종서)

MBC ‘세바퀴’ 등 ‘줌마테이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는 아줌마’를 콘셉트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일각에서는 ‘난장판’이어서 보기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박미선이 저보다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저도 알아요. 저는 좀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하지만 시청자들이 유재석도 보고 강호동도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골라 보는 재미가 있어야죠. 센 웃음도 필요해요.”(이경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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