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52>莫罵酉時妻, 一夜受孤凄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莫(막)은 여기서는 금지를 표시하며 ‘∼하지 말라’에 해당한다. 罵(매)는 욕하다의 뜻이다. 그물을 뜻하는 망(망)의 변형인 망(망)이 의미요소이고 馬(마)가 발음요소이다. 후에 매(매)로 쓰면서 소리 지르다의 뜻인 ’(훤)이 의미요소라고도 하는데, 풀이가 오히려 그럴듯하다. 罵倒(매도)는 몹시 욕하고 꾸짖다의 뜻이다.

酉(유)는 12支(지)의 열 번째로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까지, 동물로는 닭에 해당한다. 그와 무관하게 원래는 술을 빚는 단지를 본뜬 상형자이다. 의미요소로 쓰여 酒(주)나 釀造(양조)처럼 흔히 술 또는 발효음식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妻(처)는 아내이다. 女(녀) 위의 것은 손으로 기구를 잡은 것으로 일하는 것을 나타냈다는 설이 유력하다. 貴(귀)하다는 뜻을 지닌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갑골문의 妻(처)는 머리가 긴 여인 옆에 손이 하나 또는 둘이 더해진 형태인데, 이는 당시 掠奪婚(약탈혼)의 습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夜(야)는 夕(석)이 의미요소이다. 一夜(일야)는 온 밤을 뜻한다.

受(수)의 아래와 위는 각기 손이고 중간은 발음요소인 舟(주)의 생략형이다. 주고받는 것을 나타낸 단어로 주다의 뜻과 받다의 뜻이 모두 있다. 후에 주로 받다의 의미로 사용하면서, 주다의 의미는 따로 授(수)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서처럼 受(수)는 피동을 표시하기도 한다. 孤(고)는 외롭다의 뜻, 凄(처)는 凄凉(처량)처럼 쓸쓸하거나 차갑다는 뜻이다.

저녁 무렵에 일시적인 노기로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는 예상 외로 큰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남편이나 아내가 서로 욕해도 좋을 때야 있으랴마는, 혹 듣기 싫은 말이라면 못 들은 척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 아닐까.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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