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TALK]테이 “학생땐 주먹왕에 말술…저도 한때 침 좀 뱉었죠”

  • 입력 2008년 11월 19일 21시 19분


가수 테이(본명 김호경)는 평소 점잖은 편이다. 일단 그는 연예인치고 무척 말이 없다.

데뷔 6년차 가수지만 핑크빛 소문도 한 번 없었고, 대외적으로 요란하게 활동하지도 않는다. 그가 가슴 속에 숨겨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오직 노래를 부를 때이다.

이런 테이를 술자리로 불렀다.

요즘 5집 ‘더 노트’를 발표하고 활동중이다. 애써 술자리로 부른 것은 ‘가수 테이’가 아닌 ‘인간 김호경’을 만나기 위해서다. 음반 발표를 앞두고 체중을 10kg 감량한 테이는 생각보다 더 날렵한 모습이었다.

“사실 이게 본모습인데, 4집 활동할 때가 좀 통통했죠. 살이 빠지니까 사진이 잘 나오고 어려보인다고 해서 좋아요.”

○ “학창시절 ‘학교 짱’…소주 PET 한 병 마셨죠”

- 아직 스캔들 한 번 없고, 너무 심심하게 연예 생활하는 게 아닌가.

“아니다. 여자친구도 만나고 다 해봤는데,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다. 3집 때까지 매니저도 나를 ‘바른생활 사나이’로 생각했다.”

-여자는 몇 명이나 만났나.

“사실 팬들에겐 한 번도 없었다고 했지만, 몇 명 만난 적 있다. 길게 만난 사람은 1년쯤 된다. 팬들에겐 만나는 사람 있어도 없다고 할 거라고 했다. 결혼할 때도 발표 안할 생각이다. 팬관리 때문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다. 나야 괜찮지만, (내 여자친구는 얼굴이)알려지면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인생에서 기회가 세 번 온다고 한다. 자신에게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두 번이고, 모두 ‘음악’을 만난 것이다. 첫 번째는, 공부만 하고 운동만 하고 싸움만 하던 내가,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던 내가 고교 때 밴드를 했다. 뭔가에 미쳐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두 번째는 고교 졸업할 때 쯤 팀이 해체되고 현재 소속사 대표로부터 가수 데뷔 제안을 받았을 때다.”

- 순해 보이는데 싸움을 자주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중3 때 얼굴이 지금 내 모습이다. 완전히 아저씨 얼굴이었다. 그땐 성장이 빨랐고 덩치도 커서 힘이 셌다. 이른바 ‘학교 짱’이었다. 그렇다고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 다만 기가 세서, 누가 시비를 걸면 참지 못했다. 그러나 고교 때 밴드를 하면서 싸움도 공부도 다 안했다. 덕분에 꼴찌도 해봤다.”(테이는 학창시절 늘 반장이었고, 중학교 땐 전교부회장, 고교 땐 선도부장을 했다.)

- 술도 잘 마셨나.

“고교 때 밴드하면서 매일 마셨다. 혼자 PET병 소주를 한 병 다 마셨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한 두 번, 누구 생일이면 한잔씩 한다.”

○ “데뷔 초엔 너무 큰 인기에 대인기피증 생겨”

- 노래는 어떻게 시작했나.

“중학교 땐 목소리가 ‘꽥꽥’거리고 예쁘지 않아 사람들이 듣기 싫어했다. 하지만 변성기가 지나면서 목소리가 좀 좋아지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자꾸 노래를 하게 됐다. 고등학교에서 노래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컬 모집’ 공고를 보고 밴드에 들어가게 됐다.”

- 좋은 목소리로 데뷔 땐 큰 인기였는데.

“1,2집 잘 될 때,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무섭기도 했다. 그 땐 내가 어렸고,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큰 사랑,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상당히 무서웠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마움이 ‘3’이라면 무서움이 ‘7’로 다가왔다. 그런 무서움들로 인해 약간의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집에만 늘 있었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무서워 밖에 돌아다니기조차 무서웠다. 3집 때부터 좀 나아졌다.”

- 가수생활하며 힘들었을 땐 언제인가.

“어느 날 가요 프로그램보다 버라이어티 쇼에 더 많이 내 얼굴이 나오고, 그걸 보면서 ‘내가 가수 맞나’, ‘내가 이거 하려고 가수됐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심하게 자괴감도 들었는데, 푹 쉬며 돌이켜보니 그냥 넘길 수 있게 됐고,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도 생겼다.”

○ ‘큰 돈’ 제의도 거절한 현 소속사 사장과의 의리

- 다른 곳에서 큰 돈을 주겠다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거절했다고 들었다.

“그냥 당연히 (현 소속사와)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를 발탁해 무명의 신인에서 지금의 모습가지 키워준 사장님이 잘 돼야 되고, 나 때문에 만들어진 회사, 잘 돼야죠. 같이 시작했고 열심히 했던 사장님이 웃어야 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 보니 보기 안 좋고 또 속상했다.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큰 돈을 준다는데 흔들리지 않았나.

“돈 욕심은 없다. 다만 부모님 나이가 많고, 집에 돈 버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데, 내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큰 돈 벌자는 욕심은 없다.”

- 요즘은 어린 가수들이 가요계를 이끌고 있다. 공백이 길면 대중은 금방 잊는다.

“맞다. 요즘 연예계는 현재에 안주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 위치가 높다고 해서, 그 자리로 오랫동안 누리지 못한다. 끊임없이 대중의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발전하고 인정받지 않는 한 어렵다. 지금 가요계는 지금의 위치가 어딘지 중요한 게 아니다. 신인들을 보라. 신인지만 그들이 톱클래스에 있다. 과거의 명성만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

- 앞으로 테이는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까.

“사실 멀리까지 못 보겠다. 그저 ‘기적같은 이야기’(5집 타이틀곡), 이 노래 열심히 불러서 사람들이 발라드의 감성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난 1년간 발라드가 인정받지 못했는데, 대중이 발라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래 열심히 부르겠다. 그게 통하면 공연을 하고 전국 투어를 하는 등 직접 관객을 찾아가서 노래도 하고 싶다. 오랜만에 컴백한 가수의 자리를 다시 몸으로 익히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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