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53>易漲易退山溪水, 易反易覆小人心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2시 47분


易(이)는 容易(용이)처럼 쉽다는 뜻이다. 交易(교역)처럼 바꾸다의 뜻이면 ‘역’으로 읽는다. 漲(창)은 물이 불어나다 또는 늘어나다의 뜻이다. 漲溢(창일)은 물이 범람하여 넘침, 漲價(창가)는 값이 오름을 뜻한다. 退(퇴)는 물러나다의 뜻으로 여기서는 물이 빠짐을 의미한다. 溪(계)는 골짜기를 흐르는 시내이다.

反(반)은 뒤집다의 뜻이다. 如反掌(여반장)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다는 말로 매우 쉬움을 비유한다. 覆(복)도 뒤집다의 뜻이다. 反覆(반복)은 자꾸 뒤집혀 일정하지 못하고 변한다는 뜻이다.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는 反復(반복)의 뜻도 있다.

覆(복)의 의미요소인 아(아)는 아래에서 위로 둘러싼 모양의 감(감)과 반대 모양의 것이 상하로 겹치고 맨 위에 가로획으로 덮은 모양으로, 덮는 것을 나타내는 동시에 위와 아래의 모양이 바뀜을 나타낸다. 그중 후자의 뜻을 취한 覆(복)은 顚覆(전복)처럼 아래 위가 바뀌다, 번覆(번복)이나 覆盆子(복분자)처럼 뒤집다의 뜻을 지닌다.

뜻이 다르면 흔히 독음도 달라서, 덮는다는 뜻이면 覆(부)이다. 즉 덮어 가리는 것은 覆蓋(복개)가 아닌 ‘부개’가 표준 독음이다. 다만 한자의 독음도 사람들의 사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覆蓋川(복개천)이라고 하고 또 얼굴을 덮어 가리는 것도 覆面(복면)이라고 하니, 원래의 독음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계곡물은 쉬 불어나고 또 쉬 빠진다. 용량이 작고 경사가 심해서이다.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쉬 변하는 것도 도량이 작고 균형이 안 맞아 사소한 것에 쉬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속하며 늘 변함없는 관계 안에선 다행히 소인은 면한다. 그러니 그 관계가 더욱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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