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래 잘해도 공부 못하면 나가야 돼요”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2시 47분


‘드레스덴 성십자가합창단’ 한국인 소년 단원 박재훈-방지훈

독일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170km 떨어진 작센 왕국의 고도(古都)인 드레스덴. ‘엘베 강의 파리’ ‘독일의 피렌체’로 불릴 정도로 찬란한 문화예술을 자랑했던 이 도시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7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聖)십자가합창단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옛 시가지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성십자가교회의 예배에는 이 합창단이 천상의 음악을 들려준다. 지난달 초 드레스덴을 찾았을 때 성십자가합창단은 작곡가 하인리히 쉬츠의 ‘성스러운 노래집’과 멘델스존의 ‘3개의 시편’을 들려주었다. 빈소년합창단의 예쁘고 얇은 톤 컬러와는 대조적으로 성십자가합창단의 소년 알토의 저음은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 단원 150명 중 외국인은 4명뿐

공연을 마친 성십자가 단원 중에는 한국인 소년 2명도 보였다. 아빠가 드레스덴 젬퍼 오퍼 단원인 방지훈(10) 군과 어릴 적부터 독일에서 살고 있는 박재훈(16) 군이었다. 150명의 9∼19세 소년으로 구성된 성십자가합창단원 중 외국인은 단 4명. 그중 2명이 한국인이었다.

성십자가합창단원들은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경쟁 시스템을 통해 조련된다. 10세 이상의 단원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인근의 크로이처 김나지움(중고등학교)에 다닌다. 방과 후 매일 2시간씩 합창 연습과 1주일에 한 번씩 성악 레슨을 받고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다른 악기도 하나씩 배운다. 지휘자와 음악코치는 석 달에 한 번씩 단원들의 노래 실력을 평가해 나이와 상관없이 순위를 매겨 공개한다.

지휘자가 장래 희망인 방 군은 “학교 성적이 B학점 밑으로 내려가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합창단에서 나가야 한다”며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무척 흥미롭지만 부모 없이 나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점은 힘들다”고 말했다.

제28대 합창단 칸토르(지휘자)인 크라일레(52) 씨는 “단원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이 합창단의 졸업생들은 법대, 의대 등 다양한 전공을 선택한다”며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성악가와 연주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내달 13,14일 크리스마스 내한공연

2007년 바흐 ‘마태수난곡’으로 내한공연을 가졌던 성십자가합창단은 다음 달 13, 14일 서울예술의전당과 경기 고양어울림누리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갖는다. 인기 소년합창단들이 미성으로 캐럴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것과 달리 성십자가합창단은 독일 작곡가들의 정통 종교음악을 들려준다. 한국 및 아시아 투어공연에는 합창단원 36명이 동행한다. 150명 단원 중에 노래 실력 상위 36명을 뽑는 투어 팀에 방 군과 박 군도 포함됐다.

크라일레 씨는 “종교음악은 독일 음악전통의 정수”라며 “드레스덴 십자가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주되는 브루크너, 바흐, 멘델스존, 헨델의 독일 바로크 곡들과 성가곡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4일 오후 5시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3만∼7만 원. 02-599-5743

드레스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700년 역사 ‘성십자가합창단’은…:

1215년 창설된 독일 드레스덴 성십자가합창단은 9∼19세 소년 15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곡가 하인리히 쉬츠(1585∼1672)가 평생 합창단 칸토르로 재직하면서 숱한 교회음악의 걸작을 남겼다. 세계적인 테너 페터 슈라이어, 베이스 테오 아담, 바리톤 올라프 베어, 베이스 르네 파페, 지휘자 카를 리히터 등이 모두 이 합창단을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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