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설문해자’는 그 이전의 글자인 갑골문을 참고하지 못한 한계점을 지닌다. 갑골문에 따르면, 言(언)의 윗부분 두 획은 上(상)의 원형이고 아래는 혀를 가리키는 舌(설)의 변형으로 言(언)은 혀 위에서 나온다. 有(유)는 구절 앞에 올 때는 특정하여 가리키는 것이 없음을 표시하며 ‘어떤’에 해당한다.
逆(역)은 본래 맞이하다의 뜻으로 迎(영)과 통한다. 逆旅(역려)는 여행자를 맞이하는 여관이다. 맞이하는 것은 맞닥뜨리는 것으로 順(순)과 상대적이다. 따라서 逆風(역풍)이나 逆流(역류)처럼 거스르다 또는 거꾸로의 뜻, 나아가 逆謀(역모)처럼 반역의 뜻도 지닌다.
於(어)는 공간적 시간적 위치를 표시한다. 汝(여)는 대등하거나 손아래의 2인칭 즉 ‘너’에 해당한다. 諸(제)는 흔히 諸君(제군)처럼 개별이 모인 복수를 표시한다. 그러나 여기서처럼 之(지)와 於(저)를 합한 것으로도 쓰이는데, 이때는 ‘저’로 읽는다. 之(지)와 乎(호)를 합한 경우에도 ‘저’로 읽는다.
귀에 거슬리는 말에도 忠言(충언)이 아닌 것이 있고, 듣기 좋은 말에도 즐겨 받아들일 것이 있다. 그러니 관건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이치를 잘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역시 거슬리는 말을 더 적극적으로 잘 들어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말은 우선 부정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尙書(상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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