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땅의 선물’ 송로버섯… 천국의 맛에 빠지다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3시 08분


《트러플(송로버섯)은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어(철갑상어 알)와 함께 서양 3대 진미(珍味)로 손꼽힌다. 트러플에는 블랙과 화이트가 있다. 블랙 트러플은 1년 내내 채취할 수 있지만 화이트 트러플은 10월부터 12월까지만 캘 수 있어 귀하고 값도 훨씬 비싸다. 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나오지만 매년 10∼12월 이 나라 북서부 피에몬테에서 나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세계의 미식가들이 이 무렵 피에몬테로 몰려드는 이유다.》

● 달리가 사랑한 화이트 트러플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화이트 트러플을 끔찍이 사랑해 매년 10월이 되면 피에몬테 주의 토리노에 머물며 그곳의 요리인 바냐카우더(뜨거운 앤초비 소스)에 화이트 트러플을 듬뿍 갈아 넣어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화이트 트러플은 워낙 비싸 보통 요리 위에 살짝 갈아 향을 즐기는데 얼마나 좋아했으면 토리노까지 갔을까.

이탈리아 사람들은 화이트 트러플을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부른다. 생긴 것은 작은 감자처럼 못 생겼는데 그 독특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화이트 트러플은 향기가 블랙 트러플에 비할 수 없이 강하고 오묘하다. 땅의 환경이나 성질에 따라 다르지만 마늘 냄새와 비슷하기도 하고 꿀, 젖은 흙, 마른 풀, 시나몬(향신료의 한 종류) 등 복합적인 향이 난다.

화이트 트러플은 실은 흰색이 아니고 옅은 갈색이다. 모양이 둥글수록, 너무 크지 않을수록 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화이트 트러플은 수확량에 따라 매년 값이 다르다. 올해는 현지에서 100g에 400∼500유로(약 71만∼89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100g이면 10명 정도가 1인당 3종류의 코스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화이트 트러플은 레스토랑에서도 미리 잘라 서빙되는 게 아니다. 손님 앞에서 무게를 달고 그 자리에서 요리 위에 잘라준다. 물론 이 서비스는 음식값 이외에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

● 화이트 트러플 축제

비옥한 농업지대인 피에몬테에서는 이탈리아의 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알바(alba)를 비롯해 아스티(asti), 몽칼보(moncalvo) 등 여러 지역에서 화이트 트러플 축제가 열린다. 특히 요즘은 요리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화이트 트러플을 직접 캐보려는 일반인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예전에는 명품을 사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면 지금은 고급 식재료를 찾는 미각 여행이 대세다.

피에몬테의 작은 도시인 몽칼보에서 화이트 트러플 축제가 열린 10월의 어느 아침. 마치 한국의 인삼 축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마을 중앙에는 천막이 쳐 있고, 가게마다 축제를 알리는 유머러스한 포스트가 붙어 있었다. 타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사람들까지 몰려 마을 곳곳은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마을 한쪽에서는 화이트 트러플 경매가 열리고, 트러플을 넣은 라비올리(다진 고기를 넣어 만든 작은 만두)나 살라미, 치즈를 가지고 나온 상인들로 축제 분위기는 고조됐다. 순박하고 예쁘게 생긴 몇 명의 아가씨는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포즈를 취해주며 트러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트러플을 어떻게 채취하는지 물었더니 “대개 밤에 캐고, 캔 자리도 남들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송이버섯 캐는 자리는 아들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고 하는데 트러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 화이트 트러플을 찾아라!

트러플은 버섯이지만 뿌리 식물처럼 땅속에서 자란다. 이 때문에 엽록소에 의한 광합성을 하지 않아 스스로 영양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식물의 뿌리에서 양분을 흡수해 생장한다. 자신이 기생한 식물이 흙에서 미네랄이나 수분을 흡수하기 쉽게 뿌리를 뻗도록 도우면서 자신은 식물의 뿌리에서 필요한 양분을 얻는다.

트러플은 대체로 땅속 수십 cm 혹은 그 이상의 깊이에서 자란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은 블랙 트러플보다 더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있다. 하지만 땅속에서도 강한 향을 뿜어내 동물들이 땅을 파헤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화이트 트러플은 포자를 공기 중에 방출해 번식하는 것이다.

참 신비로운 일이다. 씨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땅 위에 있는 식물도 아닌데 이렇게 대를 이어가는 걸 보면 신비롭다.

화이트 트러플은 훈련된 개가 아니면 찾을 수 없다. 10월이 되면 피에몬테에서는 개를 데리고 산에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개의 입에는 발견한 트러플을 먹지 못하게 하도록 철망을 씌운다. 산삼을 찾는 심마니 같다.

이들은 주로 떡갈나무, 버드나무, 보리수, 헤이즐넛 나무 아래를 유심히 살핀다. 개가 냄새를 맡아 땅을 발로 파기 시작하면 개에게 다른 먹이를 주고 기역자(ㄱ)로 된 호미같은 도구로 조심스럽게 트러플을 캔다. 캐고 난 후 2주 정도 향이 유지되는데 천 보자기에 싸거나 유리뚜껑을 덮어 섭씨 3∼6도에 보관한다. 대부분은 보관하기 전에 판매 예약이 끝나 세계 각지에 비행기로 공수된다.

몽칼보=박현신 요리 전문가 tapastap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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