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중앙동 통영중앙시장 위 달동네 ‘동피랑 마을’ 입구에는 이런 푯말이 붙어 있다.
애초 재개발 지역이었던 이곳은 ‘푸른통영21’이라는 단체가 지난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전을 열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화제가 됐고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결국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동네를 지키자는 여론이 일면서 재개발 사업도 무산됐다. 이후 수많은 지역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팀들은 동피랑 마을을 ‘공공미술의 메카’로 추앙했다.
죽은 마을도 살려내는 도깨비 방망이인 걸까?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힘은 대단하다. 이런 현상은 홍대 앞이나 대학로 등 젊은이들의 공간 위주로 이뤄지는 서울의 공공미술과는 달리 지방에서 뚜렷하다. 특히 지방 공공미술 프로젝트 팀들은 벽화나 예술품 완성보다 지역 소외계층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지방 공공미술은 최근 개인이나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나만의 사진’ ‘나만의 여행지’ 등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꾸는 데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공미술 동호회 ‘공공미술 놀이터’의 권은비(27·여) 회장은 “공공미술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며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젊은 세대에게 공공미술은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월간 ‘퍼블릭아트’의 홍경한 편집장은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공공미술을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곳도 있다”며 “이는 공공미술만큼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는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주민들과 소통하기보다 가난을 상품화하고 관(官) 주도의 일회성 이벤트로 여기는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공공미술 벽화가 훼손됐지만 보수하지 않아 흉물이 되어가는 지역도 생겨나는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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