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바둑관전기] 닦기의 달인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8시 04분


바둑은 끝났다. 백 불계승. 이세돌의 통렬한 역전승이다.

홍성지가 백돌 하나를 들어 <실전> 1에 가져다 놓았다.

“여기까지 되고 보니 백이 좋더라구요.”

분명히 흑이 우세했던 바둑. 눈앞에 우승컵이 아른거렸던 바둑.

그러나 결국 방심의 틈을 찔리고 말았다. 역시 이세돌인 것이다.

백3으로 하나 먹여쳐 놓은 뒤 5가 통렬했다.

사실상 이게 승착이나 다름없다.

“<해설1> 흑1로 둘 수는 없죠. 백2를 맞으면 너무 괴롭거든요.”

홍성지의 말에 이세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승기를 앗은 이세돌의 수비벽은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다. 우세한 바둑을 지키는 일은 불리한 바둑을 뒤집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

프로들은 이를 ‘닦는다’라고 표현한다.

절정의 상수들은 이 ‘닦는’ 작업의 달인들이다.

<실전> 흑6·8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흑의 현실이 비참하다.

특히 흑8이 그렇다.

<해설2> 흑1에는 백2가 기다리고 있다. 흑이 견딜 수 없는 그림이다.

<실전> 백13·15로 백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것으로 바둑은 끝.

이세돌도 알고 홍성지도 알고 있는 일이다. 검토실에서도 알고 있다. 돌을 던지는 홍성지의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눈앞에서 유혹하던 우승컵의 손짓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 다시 평정심이 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결승전은 1-1. 원점이다.

말이 3번기이지 이렇게 되면 단판결승이나 다름이 없다. 이세돌은 단판승부에 관한 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단판승부는 문자 그대로 ‘단판’에 승부가 난다. 프로인 이상 확률은 5-5이다. 홍성지는 그 진리를 믿는다.

<252수, 백 불계승>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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