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지구촌 고대문명 신화도 소통했다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세계의 모든 신화/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이충호 옮김/656쪽·2만3000원·푸른숲

우리에게 친숙한 외국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다. 이 책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북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도, 중국, 일본의 신화까지 두루 소개해 그리스 로마 신화 편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미국에서 ‘우리가 잘 몰랐던…(Don’t know much about)’ 시리즈를 집필했던 저자는 신화를 간결하고 쉽게 풀어 썼다. 저자는 여러 문명의 신화가 연관돼 있음을 강조한다.

고대 이집트의 신 오시리스는 기독교의 부활에 모티브를 줬다. 오시리스를 시기한 동생 세트가 오시리스를 죽이지만 여동생이자 아내인 여신 이시스가 오시리스를 부활시킨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매의 머리를 지닌 하늘의 신이자 파라오의 수호자인 호루스다.

신비한 여신 이시스는 로마 제국에서 인기를 얻어 제국 곳곳에 이시스 신전이 세워졌다. 저자는 어린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이시스의 이미지는 초기 기독교가 성모 마리아를 표현하는 모티브로 쓰였다고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언급한 대홍수는 성서의 홍수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신들은 인간들의 소음에 화가 나 홍수로 인간을 멸망시키려 한다. 물의 신 엔키가 길가메시의 조상인 우트나피슈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생명들의 씨를 큰 배에 실으라고 말한다. 대홍수가 끝난 뒤 우트나피슈팀은 새를 날려 마른 땅이 있는지 알아본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형인 북유럽 신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독일 문화를 전공한 안인희 씨의 ‘북유럽 신화’(웅진지식하우스)가 도움이 된다. 지혜의 신이지만 애꾸눈인 오딘, 결혼을 수호하는 여신이지만 남편 오딘의 바람기로 애태우는 프리그 등 북유럽 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리그(Frigg)에서 금요일(friday)이 나왔듯 북유럽 신들의 이름에서 서구의 요일 이름이 유래했다.

수메르 신화와 문명을 연구하며 관련 저작을 꾸준히 낸 김산해 씨가 번역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도 볼 만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보다 1700년 전에 쓰인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812년부터 126년간 우르크라는 국가를 통치한 영웅 길가메시의 모험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구전 신화 21개를 소개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현암사)는 재미있고 다양한 한국의 신화를 소개한다. 딸만 일곱을 낳자 분노한 삼나라 오구대왕이 버린 막내딸 바리데기의 모험 등 서민적 신화를 담았다.

신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접하고 싶다면 ‘신화학1-날것과 익힌 것’(한길사)이 있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신화의 체계를 분석한 방대한 분량의 고전이다. 레비스트로스는 4권짜리 ‘신화학’에서 남북아메리카의 인디언 신화를 813개나 분석했고 이 책에는 그중 200개가 넘는 신화를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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