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쌍둥이 별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쌍둥이 별/조디 피콜트 지음·곽영미 옮김/556쪽·1만3800원·이레

백혈병 언니 치료위해 태어난 동생의 ‘항변’

장기기증… 맞춤아기… 윤리적 갈등 다뤄

열 살짜리 소녀 안나가 유능한 변호사 캠벨 알렉산더를 찾아온다. 160달러가 채 안 되는 지폐 뭉치와 잔돈을 내밀며 ‘수임료 걱정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 깜찍한 아이의 방문 이유는 뜻밖에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기 몸의 권리를 되찾고 싶어서다.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위해 태어난 존재다. 케이트가 병을 앓게 되자 사라와 브라이언 부부는 유전자를 정확히 일치시킨 안나를 낳았기 때문이다.

장기 기증, 맞춤아기, 자녀에 대한 부모의 통제권 등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파생된 첨예한 윤리적 갈등을 다룬 이 소설은 안나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해져 버린 삶의 역할에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소송이 자신의 명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한 캠벨이 수임을 맡게 되면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이 집안의 규칙들이 본격적으로 시험대 위에 서게 된다.

애초부터 안나는 케이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제대혈을 주고 다섯 살 때 언니에게 림프구를 채취해 줬다. 수시로 피를 뽑았고 케이트를 위해 과립구를 기증하고 골수기증까지 했다…. 물론 어린 안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이제 케이트의 신장에 다시 문제가 생겼고, 안나는 또 한 번 장기를 기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니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안나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가족들의 태도 역시 갈라진다. 아버지 브라이언은 안나의 편에, 전직 변호사인 어머니 사라는 스스로 변호에 나선다. 이제 가족들이 외면하고 있던 아픔들이 낱낱이 공개되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제해야 하는 잔인한 상황을 응시하는 일들이 펼쳐지게 됐다.

문제 상황이 한층 복잡한 것은 이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언니를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언니로부터 헤어나길 원하는 안나의 내적 갈등의 골은 깊다. 안나를 사랑하지만 케이트를 위해 일부분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혼란한 심정도 마찬가지다. 병마와의 끝없는 싸움에 지친 케이트는 동생이 자신에게 기증을 거부하는 것보다 자신을 친구로 생각해 주지 않을 것을 더 두려워한다. 누가 이기든, 결국 누구도 이기지 않을 소송이다. 불가피한 기로에 놓인 이들의 복잡한 심리가 치밀하게 얽히며 재판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된다.

안나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교차 서술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독자들이 등장인물 각자의 상황에서 가치판단을 내려볼 수 있게 해준다. 결말에 이르러 나타난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이제까지 진행되어 온 갈등과 맞물리며 슬프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캐머런 디아즈와 애비게일 브레슬린 주연으로 2009년 개봉될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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