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음악적인 능력을 보통 음악성(Musicality) 또는 음악적성(Musical Aptitude), 음악적 자질(Musical Capacity), 음악적 재능(Musical Talent)이라고 말한다. 학자들은 음악적성을 음악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음의 조직이나 리듬에 반응하는 능력, 음악을 학습하기 위한 내적인 가능성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은 누구나 지능을 갖고 태어나듯 음악적성을 갖고 태어난다. 약 16%가 평균 이상, 68%가 평균, 16%는 평균 이하의 수준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음악적성은 유아기와 아동기의 음악적인 환경과 경험에 따라 변할 수 있다. 9세 이후에는 질 높은 음악 환경을 제공해도 음악적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9세 이전에는 음악적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개인의 음악적성 수준에 따라 만족스러운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악적성 검사는 보통 음감과 리듬, 음악선호의 세 가지 요소로 측정한다.
그러면 나의 음악적성 지수는 얼마나 될까? 나도 악기를 하나 멋지게 연주하면 좋겠는데, 얼마나 배워야 그 배우처럼 잘할 수 있을까? 혹 음악성이 부족하다고 창피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악기 레슨을 받기 전에 연주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체험해야 한다. 악기 연주는 특별 교육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인식부터 깨자. 특별 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연주를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은 나이와 재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음악적성을 무시하고 말이다.
오늘 퇴근길에는 악기점에 들러 작은 북 하나를 사보자. 요즘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토속적이고 멋스러운 북을 값싸게 판매한다. 사용하지 않을 땐 집 안의 멋진 장식이 될 수 있다. 집 안 어디엔가 아이가 쓰던 실로폰과 탬버린이 있을 것이다. 공간만 차지하는 피아노는 오늘만큼은 건반악기가 아니고 내 독수리 타법으로 연주하는 타악기이다. 두 개의 음정만 옥타브 위, 아래로 번갈아 짚는 능력만 되어도 멋있고 훌륭한 합주를 할 수 있다.
더불어 즉흥연주를 즐기자. 즉흥연주는 그 곡의 기본화음(장조-도미솔, 단조-라도미)으로 시작하고 마침에만 유의하자. 곡의 중간은 어떻게 연주하든지 본인의 자유이다. 멋스러운 타악기의 리듬은 본인의 흥에 맡겨라. 오늘 가족이 부를 ‘원더걸스’의 ‘노바디’ 노래에 맞춰 공동 즉흥연주, 돌아가면서 개인 즉흥연주, 다시 공동 즉흥연주를 해보자. 즐겁고 특별한 음악적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절대 무식한 연주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제대로 알고 즐기는 방법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음악적성이 남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나의 느낌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키가 작다는 이유로 아무 운동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같다. 음악적성 지수를 궁금해하지 말고, 내 감정을 악기로 연주하고 몸으로 표현할 수 있음이 내 음악적성 지수가 된다고 받아들이자. 그래도 정녕 삶이 건조하다고 느낀다면, 그때 내가 좋아하는 악기에 한번 도전해 보자. 더 인간적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영배 을지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음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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