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무게만큼’ 간결-압축미 목월詩와 상통
소설가 이제하(71) 씨의 장편소설 ‘능라도에서 생긴 일’(세계사)과 시인 허영자(70) 씨의 시집 ‘은의 무게만큼’(마을)이 각각 12회 동리문학상과 1회 목월문학상에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 문인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주관,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지원으로 제정됐다. 소설 부문은 올해 11회째인 김동리문학상을 계승하고 시 부문은 목월문학상을 신설했다.
이 작가는 1956년 ‘새벗’에 동화 ‘수정구슬’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가, 시인 겸 화가로 활동해 왔다. 소설집은 ‘초식’(1973) ‘임금님의 귀’(1988) ‘모래틈’(1997) 등이 있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심사평에서 “도시에 사는 익명의 개인들이 앓고 있는 독특한 병리 현상을 우화적인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며 “등장인물들이 사이버 공간에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설정은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연관된 재미있는 진단으로 원로작가임에도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허 시인은 1961년 ‘현대문학’에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1966)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1977) ‘목마른 꿈으로써’(1997) 등을 펴냈다.
심사위원인 김종길 시인은 “수상작은 시인이 9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는 이야기를 담아 낸 사모곡”이라며 “말수가 적은, 압축되고 간결한 시풍이 목월 시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200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출간된 단행본 중 문단 경력 10년 이상인 소설가와 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심사위원은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소설가 박완서 씨, 권 교수, 소설가 윤후명 씨(이상 동리문학상), 김종길 오세영 문정희 최동호 이기철 시인(이상 목월문학상)이 맡았다.
상금은 각 5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5일 오후 5시 반 경북 경주시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