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순천만 들판은 거대한 캔버스”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5시 33분


벼 이용해 미술작품 그대로 옮겨… 탐방객에 인기

생태관광으로 각광을 받는 전남 순천만 들녘이 거대한 캔버스로 변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흑두루미가 달의 꼬리를 물고 날아가는 모습의 벼 이삭으로 만든 작품이 설치돼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밀밭에 나타나는 거대한 ‘미스터리 서클’처럼 벼를 심은 논에 캔버스의 회화작품을 재현해 놓은 것. 순천시는 ‘철새에게 돌려주는 순천만의 자연’을 보여주기 위해 미술작품 ‘달을 문 새’와 ‘생의 의지(Undo)’를 논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조형물은 8만여 m² 논에서 자란 벼를 이용했다. 논에 깃발을 꽂아 경계를 짓고 트랙터와 낫으로 벼를 베어 내고 남은 부분으로 조형물을 완성했다.

‘달을 문 새’는 순천시조(市鳥)인 흑두루미가 보름달에서 반달, 초승달로 변하는 달의 꼬리를 물고 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생의 의지’는 순천만의 둥근 갈대밭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철새에게 충분한 먹이와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고 관광객에겐 추수가 끝난 들판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조형물은 300여 m 떨어진 순천만 자연생태관 천문대(높이 6m)와 용산 산책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벼를 이용해 볼거리와 새의 먹이를 제공하는 일종의 ‘경관 농업’. 순천시는 30여 농가가 재배한 논을 추곡수매가 기준으로 보상하고 여기서 자란 벼를 수확하지 않은 채 조형물을 만들었다.

조형물은 내년 1월 말 사라진다. 지금은 흑두루미가 들판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쪼아 먹지만 1월 중순부터 흑두루미가 대거 월동하면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벼를 수확해 이삭을 뿌려줄 계획이다.

이기정 순천시 순천만보전담당은 “19일 개방 이후 많은 관광객이 철새가 날아들어 느긋하게 먹이를 쪼아대는 장면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며 “올해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한 뒤 내년에는 50만 m²로 확대해 순천만 들녘을 대지 예술의 장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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