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개봉하는 ‘1724 기방난동사건’(15세 이상 관람가)은 흥겨운 마당놀이 한판 같은 영화다.
노론 대 소론의 다툼이 한창이던 조선 경종 말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진지한 의미는 없다.
한양 기방 명월향에 나타난 기생 설지(김옥빈). 저잣거리에서 돈내기 싸움질을 일삼던 한량 천둥(이정재)이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다. 천둥은 양주파 두목 짝귀(여균동)를 혼수상태로 만든 책임을 지고 임시 두목을 맡아 명월향 주인 만득(김석훈)과 대결한다.
진지함과 경박함을 넘나드는 이정재의 연기가 돋보인다. 처음 악역을 맡은 김석훈, 작품보다 TV 프로그램에서 노출 논란으로 알려졌던 김옥빈의 모습도 안정적인 편. 여균동 감독 특유의 연기 특별훈련 덕분이다.
연극판에서 경력을 쌓은 여 감독은 촬영 전 몇 달간 배우를 모아 놓고 연극 리허설처럼 연기 연습을 시킨다. 대신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한 번도 지각하지 않은 이정재에게 감탄했다”며 “배우들과 의논해 수정한 시나리오 분량이 전체의 3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웅의 탄생, 비상, 추락, 복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많아 ‘뻔한 영화’가 되지 않았다.
초점거리가 짧은 10mm 렌즈로 찍은 초반 화면은 인물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동작을 과장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들어간 컴퓨터그래픽(CG)은 ‘화산고’(2001년)의 음침한 느낌과 유사하지만 더 자연스럽다. 짧게 끊어 속도감을 살린 편집과 그에 어우러진 신대철의 음악이 경쾌하다.
그런데 다음 장면들. 보기엔 그럴 듯한데 어디선가 본 듯하다. 비슷한 분위기의 특수효과를 쓰다 보면 장면이나 캐릭터가 흡사해질 수 있다. 비교해 볼 만한 외화 장면들을 나란히 소개한다.
#1 칼잡이 보스 만득과 ‘킬 빌’의 루시 루
#2 ‘콘스탄틴’과 동일 장소에서 찍은 듯한 최후 결전
#3 ‘연인’의 대나무 숲에서 조우하는 남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버선발에 먹물 묻혀 걸으니 용의 형상이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