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개그콘서트’ 시청률 수직상승…“불황기 함박웃음”인기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2분


최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분장실에서 만난 장동민(왼쪽)과 이상구는 “팍팍한 세상에 우리 개그를 보고 사람들이 마음껏 웃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최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분장실에서 만난 장동민(왼쪽)과 이상구는 “팍팍한 세상에 우리 개그를 보고 사람들이 마음껏 웃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KBS2 ‘개그콘서트’가 23일 18.4%(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차츰 전성기를 회복할 기세다. 2008년 초부터 11% 언저리를 맴돌던 ‘개콘’ 시청률은 10월 12일 15.3%를 기록하더니 11월 2일 17.7%, 9일 17.8%, 16일 18%로 꾸준히 상승했다.

조손(祖孫) 세대의 단절을 다룬 ‘할매가 뿔났다’, 구두닦이가 서민의 삶을 소재로 웃음을 던지는 ‘그려 안 그려’, 영구 맹구의 맥을 이은 ‘상구 없다’ 등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신설 코너들이 불황으로 위축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YK패밀리 사무실에서 ‘할매가 뿔났다’의 ‘할매’ 장동민(29)과 ‘상구 없다’의 이상구(25)를 만났다.

“요즘 세상이 힘들잖아요. 일상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거기서 삐쳐 있는 할매의 대사 ‘나 부려먹으려고’ 같은 대사가 나온 거죠. 회사에서 일 많이 시키는 과장님한테 써먹을 수도 있어요. 할매는 못된 손자 유세윤에게 당한 뒤에 ‘그래 이 새끼야∼’ 하고 일침을 놓으면서 억눌린 것을 뒤엎어요. 아, 이 말은 회사에서 못 써먹겠구나.”(장동민)

“바보 ‘상구’는 경기가 어떻건 주식이 어떻건 모르고 항상 웃죠. 영악한 사람들처럼 머리 써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행동도 못하고요.”(이상구)

‘상구 없다’는 9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 상태.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부르면 ‘상구 없다’고 대답하던 것이 개그 코너의 제목이 됐다는 이상구는 “동물을 소재로 ‘상구’ 캐릭터를 이어가려고 연구 중인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동민은 “상구가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연기와 동작이 과장되고 소란스러운 희극)가 굉장히 어렵다”며 “자칫 낡은 느낌이 날 수 있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숙제”라고 조언했다.

장동민은 ‘대화가 필요해’ 등의 코너에서 10대, 20대뿐 아니라 나이든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개그를 선보여 왔다.

“공채 합격한 뒤 처음에 자동차 내비게이션 개그를 했어요. 제 생각에는 고급 개그였는데 TV를 보시던 어머니께서 안 웃으시는 거예요. ‘엄마도 못 알아들으시는데…’ 하는 생각에 부모님 세대도 웃을 수 있는 개그를 하자고 생각했죠. 그게 ‘그까이꺼 그냥 대충∼’의 경비 아저씨예요. 세련된 개그가 잘 안 맞나 봐요.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을 처음에 저하고 유세윤이 했었는데 더 잘할 것 같은 황현희에게 넘겼죠.”

장동민은 ‘경비 아저씨’ 이후 ‘몬스터’ 등 주로 강한 이미지의 연기를 했다. 이미지가 너무 강하면 오래 인기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게 통설이다.

“이런 표현 써도 되나? ‘뽕을 많이 맞다’ 보면 이미지 중화가 안 되거든요. ‘대화가 필요해’로 처음 정상적인 역을 했어요. 제가 개그맨 생활을 오래 할 수 있게 한 터닝 포인트인 코너죠.”

듣고 있던 이상구가 자신도 ‘롱런’하고 싶다고 말한다.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된 이상구는 ‘범죄의 재구성’ 코너의 최면술사, ‘봉숭아학당’의 ‘멍구 땡구’로 얼굴이 알려졌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4000만의 오락부장 이주일 별세’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개그맨이 되려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저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쭉 불황이었다”며 “나이트클럽 호객꾼, 백화점 매대 판매원, 가라오케 가수 등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개그맨이 됐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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