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굿디자인”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2분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화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화
프라다 CI 디자이너 라시드 내한

“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입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48)는 “그동안 디자인은 가격을 올리고 소수 계층을 위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낮은 가격에 좋은 디자인을 공급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디자인 민주주의(Designocracy)’를 강조했다. 그는 24일 열린 한화그룹의 세계명사초청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프라다, 소니, 겐조, 아우디, 랄프 로렌, 이브 생 로랑 등 글로벌 기업들을 비롯해 30여 개 나라 400여 개 기업과 공동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뉴욕 현대미술관인 모마(MoMA) 등 세계 14개 미술관에 작품 70여 점이 전시돼 있을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라시드는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반갑다. 그동안 디자인계의 버릇이 얼마나 나빠져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며 “(위기를 겪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디자인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브랜드만 믿고 스마트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내세우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플라스틱 쓰레기통 ‘가비노’는 원가가 약 15달러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디자인을 바탕으로 300만 개가 판매됐다.

그는 유명해지기 전인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에서 살던 때, 아무도 자신에게 일을 주지 않아 20여 년간 모아온 2만4000여 장의 레코드판을 헐값에 팔고 1달러로 하루를 살아야 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만 해도 기업들은 디자인은 사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비전 철학 미학적 코드를 담아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필수 도구가 됐다”며 “요즘 같은 때일수록 기업들이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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