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도 ‘퓨전’으로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2분


24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열린 ‘2008 청소년·시민을 위한 문학나눔 콘서트’에서 탭댄스 그룹 리드미스트가 문학사를 다룬 영상과 접목한 탭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시극을 마임으로 공연하고 낭송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김미옥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열린 ‘2008 청소년·시민을 위한 문학나눔 콘서트’에서 탭댄스 그룹 리드미스트가 문학사를 다룬 영상과 접목한 탭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시극을 마임으로 공연하고 낭송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김미옥 기자
랩-사투리로 읊고 뮤비-연극으로 재해석

청소년 시낭송 축제 ‘톡톡튀는 문학 체험’

《 22일 오후 4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 주최 ‘2008 전국시낭송 축제 기념 콘서트’가 열린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 ‘돌아가긴 너무 멀리 왔다고 말하면서/돌아가기 싫은 외로운 길을 따라 걸어/…나만의 항로를 계획 중….’

서울 화곡고 도완호(17) 군이 반주에 맞춰 자작시 ‘물새’를 랩으로 부르자 500여 객석을 꽉 채운 관객이 함께 몸을 흔들었다.》

광주 광주고의 안영주(17) 군 등은 황지우 시인의 ‘거시기’를 실감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낭송했다. ‘워매 요거시 머시다냐/요거시 머시여/응/머냔 마리여/사람 미치고 화안장 하것네’를 몸짓을 곁들여 선보이자 관중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시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의 소통 접점을 찾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중고교에서 20여 개 청소년팀이 참가했으며 손수제작물(UCC), 연극, 밴드공연 등으로 시를 자유롭게 재해석했다.

특히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노래로 만든 청산별곡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광주 숭의고) 류근삼 시인의 ‘과장님 먹을 쌀’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울산 동여중)으로 상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디렉터 양연식 씨는 “외우고 분석하는 시에 대한 편견을 떨치기 위해 조금 서툴더라도 학생들의 젊은 끼로 시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텍스트 형태의 시를 탭댄스나 마임 만화 등 색다른 장르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문학의 집·서울에서 열린 ‘2008 청소년·시민을 위한 문학나눔콘서트’에서는 탭댄스 공연팀 ‘리드미스트’가 영상프로젝트로 상영되는 문학텍스트를 테마로 공연을 펼쳤다. 선경선 씨 등 연극배우들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시로 재해석해 마임으로 공연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경주 시인은 “시적인 느낌이 녹아 있다면 어떤 형태든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만화 시선집 ‘레몬트리’도 독특한 경우다. 대학시절 죽은 첫사랑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담아낸 만화 중간에 김용택 정호승 이성복 함성호 시인의 사랑 시 20여 편을 수록했다.

인터넷 문학방송 ‘문장의 소리’ PD이자 2008 전국시낭송축제 콘서트 연출을 담당한 조연호 시인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문학은 독자와 멀어졌고 그 대신 다른 방식으로 문학을 접하게 하는 대안이 필요한 때”라며 “다른 장르와 시의 만남은 음악 연극 그림 등 인접 예술과의 교류로 풍부하게 변형될 수 있는 시의 잠재력을 확인해나가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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