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수 세력도 주장할 것이 있다면 ‘조용한 다수’로 온존해 온 구태를 벗어나 적극적 참여자로 변신해야 한다.”(김문조 고려대 교수)
“이념으로 윽박지르는 보수가 아닌 과학적 증거로 국민을 설득해낼 수 있는 보수가 돼야 한다.”(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한국 보수집단의 정체성을 진단하고, 보수집단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한국미래학회(회장 전상인)는 27일 오후 1시 연세대 새천년기념관 대강당에서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한국의 이념 논쟁’을 주제로 한 연속 기획 심포지엄의 첫 모임이다.
김문조 교수는 미리 낸 발표문 ‘한국의 보수와 사회통합’에서 “한국 보수집단은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전면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기피하는 집단으로 인식돼 왔다”며 “격변의 시대에는 외교 사회 경제 등 제반 영역에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보수주의 운동은 상생, 배려, 존중과 같은 화합주의적 가치를 중시해 왔다”면서 “한국의 보수 세력은 기존의 완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역동적 시대 상황을 이념에 반영함으로써 ‘연성 보수(soft conservative)’로 변신해야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국 보수와 경제’를 발표하는 강석훈 교수는 “한국의 ‘경제보수’들은 경제적 소외군 문제, 시장 공정성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며 통일 후 한반도 경영에 대한 비전도 일천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식에서 탈피하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가진 보수 △분배 문제에 신뢰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보수 △시장을 중시하면서도 시장의 폐해를 적극 파헤치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보수, 그들은 누구인가’에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8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보수집단의 평균상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보수 쪽으로 갈수록 소득이 적고 상대적으로 하층 직종에 종사한다”면서 “수구 세력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지킬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보수집단은 사회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고,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성장의 희망을 한나라당에 걸고, 그 희망 때문에 촛불집회 참여를 자제했다”고 해석했다.
‘한국 보수,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류석춘 연세대) ‘한국 보수의 비교사적 특징’(강정인 서강대) ‘한국 보수에게 미래는 있는가’(김일영 성균관대) ‘한국 보수와 세계화 전략’(정진영 경희대 교수)도 함께 발표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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