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로 본 한반도는 다문화주의의 역사”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문명교류연구소’ 개설

정수일 前단국대교수

“고대 동서 문명교류는 한국의 정체성이 개방성에 있었다는 역사적 증거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러나 문명교류사를 깊이 연구하는 전공자는 드물죠.”

문명교류 연구의 권위자인 정수일(사진) 전 단국대 교수가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를 개설한다. 창립식은 2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열린다.

○“대원군 때만 쇄국… 폐쇄된 나라 아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한국문명교류연구소에서 만난 정 소장은 “한국의 오랜 역사를 조금만 신중히 살펴봐도 동방의 폐쇄된 나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단숨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시아와 활발히 교류했던 신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역사학계는 한국 역사를 ‘종적’으로만 봤다는 게 정 소장의 지적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했을 뿐 한반도 문명이 동시대 다른 문명과 어떻게 교류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횡적 접근’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이 우리의 국제 인식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쇄국 정책의 폐쇄성이 확대 해석돼 지금까지도 우리가 다른 문화에 대해 보이는 배타성이 ‘원래 그런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지요.”

○우리 전체 姓 중 절반은 귀화

정 소장은 우리 전체 성(姓) 중 절반이 귀화 성이라고 말했다. “신라 때 이미 40개 성이, 고려 때 60개, 조선 때도 30개 성이 귀화했습니다. 우리 문화는 이를 큰 갈등 없이 융합해 냈어요. 애초 우리는 다문화주의 국가였던 셈입니다.”

정 소장은 연구소 창립 전인 2006년 8월부터 실크로드 학교를 운영하며 강연과 중앙아시아 답사를 수차례 해 왔다.

연구소는 우선 문명교류 연구자 약 15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이수광의 ‘지봉유설’ 등 우리 고전에 나타난 세계 인식과 경험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이면서도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이탈리아 여행가 오도리크의 ‘동유기’도 번역할 계획이다.

정 소장은 “‘한국 역사 속의 세계’를 찾는 한국적 문명 교류 연구를 정립하는 것이 연구소의 1차 과제”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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