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대제’ 100년만에 복원된다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3분


세조때 명나라 압력으로 폐지됐다 고종때 부활

일제때 다시 중단… 전주이씨 종친회서 되살려

■ 환구단 터서 내일 봉행

조선의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가적 제천의례인 환구대제가 100여 년 만에 복원된다.

환구대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천자만 할 수 있다는 중국 명(明)의 압력으로 세조 이후에 폐지됐다가 고종 황제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부활시켰지만 일제 강점으로 다시 폐지됐다.

종묘대제와 사직대제를 주관하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사장 이환의)은 27일 낮 1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있는 환구단 터(사적 157호)에서 환구대제 과정이 기록된 ‘고종대례의궤’(1897년)를 고증해 복원한 환구대제를 봉행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환구대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인 종묘대제(선대 왕에 대한 제향), 중요무형문화재 제111호 사직대제(땅과 곡식 신에 대한 제사)와 함께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가 의례이다.

광복 이후 종묘대제와 사직대제는 복원됐으나 일제가 환구단의 제단을 허물어버린 뒤 호텔이 들어서면서 터를 잃은 환구대제만은 복원되지 못했다.

환구대제는 왕이 하늘을 받드는 둥근 제단(환구단)에서 하늘을 다스리는 신(神)인 황천상제(皇天上帝), 해, 달, 북두칠성, 별자리 28수(宿), 천둥, 바람, 구름, 오행(五行) 등 16신위에 제를 올리는 의식이다. 정월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기곡제로 지냈고, 동지에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천의례로 지냈다.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덕수궁 즉조당에서 출궁해 환구단 제단에서 대제를 지냈으며 이는 이후 한일강제합방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 복원된 환구대제에는 황사손인 이원(의친왕의 손자) 씨 등 제관 58명이 참여하며 환구단의 황궁우(신위를 모신 3층짜리 건축물)에서 분향 의식, 세 번에 걸쳐 잔을 올리는 의식, 제사 때 읽은 축문 등을 제사가 끝난 뒤 태우는 망료례(望燎禮) 등의 순으로 재현한다.

전주이씨종약원은 지난해 황궁우에 황천상제와 하늘, 땅 등 16신위를 봉안한 바 있으며 앞으로 매년 고종의 대한제국 황제 즉위일(10월 14일)에 정기적으로 환구대제를 지낼 예정이다.

이혜원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은 “환구대제의 복원은 국가 제천의례를 되살렸을 뿐 아니라 오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겠다는 대한제국의 의지를 되새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호텔 경내에 있는 환구단 터에는 황궁우, 용무늬를 새긴 돌북, 아치 3개짜리 석조 대문이 남아 있으며 지난해에는 1960년대 헐려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환구단 대문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 옛 그린파크호텔 터에 옮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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