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오만석 씨의 첫 연출 작품이어서 화제가 된 터다. 관건은 연극을 얼마나 ‘뮤지컬답게’ 만들었는가의 문제다. 음악교사 범진이 거울을 보면서 구차스럽게 라면을 먹는 첫 장면부터 작품의 무게감이 드러난다. 37세 노총각 범진은 혼자 밥 먹는 게 죽기보다 싫은 것이다.
범진의 수업시간은 뮤지컬에 맞춤하다. 음치 학생이 양동이를 쓰고 노래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고, 익숙한 독일 민요 ‘소나무야’가 나올 땐 따라 부르게 된다. 범진이 외로움을 달래면서 부르는 ‘거울 속의 나’, 개그맨이 되고 싶어하는 고교생 세기가 부르는 ‘새빨간 거짓말’ 등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 음악도 이어진다.
그러나 관객이 ‘뮤지컬’ 하면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관객은 춤과 음악으로 감성이 흥분되기를, 기분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
‘즐거운 인생’은 범진의 사연 중심으로만 전개되는 작품은 아니다. 범진의 옛 애인인 선영은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데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기까지 하고, 고교생 세기는 느닷없이 죽은 아버지에 집 나간 엄마, 생활고까지 겹쳐서 고달프다. 이 셋의 비중이 고르게 나뉜 이야기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조연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형편은 어려운데 임신이 너무 자주 돼서 고민인 여자, ‘문방구’라는 이름 때문에 수없이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영화사 사장, 하루하루 별일 없기만을 바라는 파출소 소장 등 다양한 캐릭터가 지루할 틈 없이 웃음을 끌어낸다.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2009년 2월 8일까지. 4만∼5만 원. 1544-1555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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