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최근 한달새 18대국 ‘살인적 일정’ 강행군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국내 랭킹 1위 이름값

“몸이 열개라도… 허 허”

최근 한국기원 프로기사 중 가장 바쁜 인물은? 단연 국내 랭킹 1위 이세돌(사진) 9단이다.

이 9단은 10월 20일 이후 한 달여간 모두 18국을 둬 이틀 혹은 사흘에 한 판씩 두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주요 세계대회와 국내 기전의 도전기 결승전이 이 시기에 몰려 있는데 이 9단이 모두 진출해 있기 때문. 일주일에 1, 2판을 두는 게 적절하지만 이 9단의 경우 그에 맞춰 일정을 짜면 상당수 기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처지다.

단적인 예로 이 9단은 22일 한국바둑리그 플레이오프(윤준상), 23일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본선(윤성현), 24일 국수전 도전 3국(목진석) 등 사흘간 내리 세 판을 뒀다.

10월에는 20일 이전까지 두 판을 뒀지만 20일부터 30일까지 11일간 7국을 뒀다. 특히 28∼30일에는 매일 바둑을 둬야 했다.

11월에 들어서는 지금까지 11국을 뒀고 30일 십단전 본선 한 판이 더 있어 12국을 두게 된다.

그럼에도 이 9단은 10월 20일 이후 15승 3패로 83.3%의 승률을 올리고 있다. 그는 “체력이나 정신력에서 부담이 되지만 계속 이기니까 피곤한 줄 모른다”며 “승리의 기세를 몰아 다음 판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더 좋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기전의 속기화 추세에 따라 요즘에는 두 시간 이내에 끝나는 바둑이 많아 한 사람당 제한시간이 4∼5시간이었던 과거에 비해선 체력 부담이 적어진 면도 있다.

하지만 바둑계에서는 이 9단의 최근 바둑에서 피로의 흔적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치른 국수전 1, 2국의 경우 중반 무렵까지 거의 필패의 바둑이었다. 이 9단이 2연승을 하긴 했지만 목진석 9단의 어이없는 착각이 아니었다면 승리하기 힘들었다.

이 9단의 3패 중 두 번은 승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대국이었다. 두 번의 패배는 결승 진출이 좌절된 GS칼텍스배 본선(10월 20일)이나 결승 진출이 확정된 명인전 본선(11월 11일)이었다. 김승준 9단은 “대국이 많으면 중요하지 않은 바둑에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9단의 대국 일정은 12월에도 빽빽하다. 12월 1일 강동윤 8단과 붙는 36회 하이원배 명인전 결승 1국을 시작으로 거의 2, 3일 간격으로 승부를 겨루는 일정이 18일까지 잡혀 있다. 대부분 국수전 도전기, 명인전 천원전 결승전,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준결승전 등 부담이 큰 대국들이다. 국수전과 명인전의 경우 이 9단이 3연승을 하지 못하면 연내 4국이나 5국까지 둬야 한다.

이 9단은 올해 88국(66승 22패)을 두며 최다 대국 1위, 다승 1위에 올라 있다. 최다 대국 기록은 목 9단이 81국으로 추격하고 있으나 남은 일정상 역전은 힘들어 보인다.

이 9단의 승률은 75%로 최철한 9단의 77%(50승 15패)보다는 낮으나 승리의 가치는 최 9단을 월등히 앞선다. 이 9단의 기록은 본선, 도전기, 세계대회에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요즘 대국 일정은 이 9단의 일정을 우선 고려하지 않으면 짤 수 없을 정도”라며 “연말까진 이 9단이 눈코 뜰 새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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