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와인수입업체 입장은 소비자들의 즐거운 마음과 같지만은 않다. 고환율이 불러온 불황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와인장터의 폭발적 인기
11월 들어 ‘와인 창고 대 개방전’ ‘창고 대 방출전’ 등 이름을 달고 와인을 할인 판매하는 장터가 여기저기서 열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잠실, 강남, 영등포, 부산본점에서, 14일부터 16일까지 명동 본점에서 금양인터내셔날, 두산주류BG, 아영FBC 등 7개 수입사의 참여로 600여종의 와인을 최대 80% 할인가에 판매했다.
라벨 및 코르크 손상 와인은 최대 80%, 샤토 팔루메 등 단독 판매 와인은 최대 70% 할인가에 내놓았다. 와인나라는 6일부터 9일까지 전 지점에서 코네타블 딸보, 샤토 브랑 깡뜨낙 등 300여 와인을 최대 80% 할인 판매했고, 현대백화점 무역점은 7일부터 9일까지 90여 제품을 45∼70% 할인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4일부터 16일까지 샤토 지스꾸르, 샤토 베이슈벨 등 고가 와인 60여종을 최대 70% 할인 판매했고, 신동와인은 지난 31일부터 9일까지 직영점(한남,청담점)을 비롯 현대백화점 4개점(압구정 본점,무역,목동,천호점)에서 1,2,3만원 균일가 이벤트와 그랑크뤼 세일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왜?
이번 와인장터는 예전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고환율이 불러온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와인수입업체들의 불황 타개 방안이라는 측면이 크다.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들도 적잖은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와인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 조상덕 마케팅 부장은 “환율이 너무 올라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와인 장터에 적극 참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와인장터의 판매 수입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될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와인장터는 와인을 최대 80∼90%부터 30∼40%까지 할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렇게 팔면 손해가 발생한다. 조 부장은 “물론 손해다. 하지만 현금을 순환시켜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소비자에게는 절호의 찬스
와인장터는 와인을 좋아하는 소비자에게는 좋은 와인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로 인해 장터가 열리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대량 구매로 이어진다. 31일부터 2일까지 3일간 행사를 진행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와인 매출이 473%, 잠실점은 449%, 강남점은 407% 올랐다.
롯데백화점 유승현 와인 MD는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강남점과 영등포점의 경우 이번에 처음 진행했는데도 많이 참여했다. 잠실점은 1일 구매 고객이 1800명, 영등포점은 1100명이 됐는데 이는 지난해 장터가 열리지 않은 동 기간과 비교해 400% 이상 늘어난 수치”라며 뜨거운 반응을 설명했다.
특히 지갑을 열기 두려운 샐러리맨들에게 와인장터는 최고의 기회다.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채재은 씨는 “얼마 전 와인장터에 가서 라벨 불량 와인 등을 비롯해 20병 샀다. 돈이 없어서 더 못 샀다”며 기쁨과 함께 아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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