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1승이 기권승이다. 이번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 본선리그 일정이 중국리그와 겹치자 이세돌이 이쪽을 포기한 탓이다.
이 일로 인해 한동안 바둑계가 시끄러웠다.
명리와 돈 사이의 갈등은 역사 이래 한 순간도 잠을 잔 일이 없다. 어쨌든 홍성지는 이제껏 이세돌을 상대로 바둑을 ‘두어서’ 이긴 일은 없다. 설상가상 이세돌은 번기에 강하다. 단판도 강하지만 ‘3판2승’, ‘5판3승’과 같은 번기에 유독 강해 ‘번기의 제왕’으로도 불린다.
물론 진짜 제왕은 이창호이다.
이세돌도 이창호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이세돌은 이창호를 제외하면 사실상 번기승부에서 거의 패배를 맛본 일이 없다. 지난해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영훈에게 패한 것이 유일하다.
홍성지는 결승 첫 판을 이긴 뒤 ‘우승한다면 두 번째 판’이라 생각했다. 기세를 탄 김에 어떻게 해봐야지, 2국을 놓쳐 3국까지 간다면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판도 내용이 좋았다.
홍성지는 속으로 ‘그 분이 오셨구나∼’하고 쾌재를 불렀다.
결과는 처참한 역전패. 능구렁이 이세돌의 페이스에 말려버리고 말았다. “<해설1> 흑1·3으로 뒀으면 백이 거의 죽어있는 모양이에요. 실전에서 이 수를 못 본 건 아닌데 …”
“그런데 왜 <실전> 흑1로 나간 거지?”
“더 즐거울(?) 것 같아서요. 흐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실전> 백2로 잇고 버티는 수를 깜빡한 것이다.
백10·12가 이세돌의 승부수. 백12로 <해설2> 백1이면 흑에게 2·4로 죽죽 밀린다. 무난히 밀리게 되면서, 무난히 바둑을 지게 된다. 이세돌 사전에 ‘무난히 진다’란 표현은 없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