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에 전쟁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공화정이 설립된 기원전 509년에서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폐위된 476년까지 1000여 년 간 로마가 전쟁을 치른 기간은 어림잡아도 600년이 넘는다.
저자는 “로마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규정짓고 강대국 로마의 비밀을 파헤친다. 사학자인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로마시대의 군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강대국 로마의 비밀은 다름 아닌 ‘강한 군대’였다. 그리고 로마의 군대가 다른 국가의 군대에 비해 강했던 것은 피나는 훈련과 엄격한 기강 때문이었다.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해 탈영을 시도하거나 꾀병을 부린 병사들이 있을 정도였다. 탈영하다 잡힌 병사는 혹독한 매질로 초주검이 된 채 감옥에 갇혔고 꾀병이 들통 난 병사는 한낮의 뙤약볕 아래 망루 기둥에 묶여 있어야 했다.
훈련을 무사히 견뎌낸 이들의 자부심은 커져갔다. 수천 번 연습을 반복한 군인들은 전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4세기 후반의 베게티우스는 “로마가 세계를 정복한 이유를 찾는다면 군사훈련, 신체 단련, 전쟁 실습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적장이었던 유대인 요세푸스도 “로마군에게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였고 전투는 피를 흘리는 훈련이었다”고 극찬했다.
전투에 있어 로마군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요새를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로마군은 지형적 난관이 있더라도 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했으며 필요한 것이 없으면 창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예루살렘을 공격할 때 공성탑을 이용해 성벽으로 기어 올라가는 전술이 번번이 실패하자 로마군은 엄청난 횃불로 성문을 불태움으로써 예루살렘 성으로 진입했다. 카이사르는 늪으로 둘러싸인 아바리쿰을 공격하는 일이 여의치 않자 오랜 시간을 두고 목재 돌 흙으로 늪지를 메우면서 공격로를 만들었고 끝내 아바리쿰을 함락했다.
저자는 비문 자료와 최신 학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로마제국을 실질적으로 지탱한 병사들의 존재를 복원했다. 병사들의 징병과 훈련 과정은 물론 복장, 급여, 식사, 휴식시간의 활용, 군대 내 동성애 문화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세세하게 살폈다. 당시의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간 덕분에 한 편의 전쟁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다.
제국 후기로 가면서 병사들의 훈련 소리가 끊어졌다. 무거운 군장을 들고 장거리를 걷는 행군훈련도 없었다. 무거운 무기를 들고 검술과 창술훈련을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편한 활쏘기 훈련만 했다. 군기도 땅에 떨어졌고 요새공격술도 약화됐다.
강대국을 떠받친 것이 강인한 군대였기에 군대의 약화는 곧 제국의 약화로 이어졌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