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행복지수 선진국’의 흥정 문화

  • 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4분


◇동남아문화 산책/신윤환 지음/216쪽·1만5000원·창비

동남아시아 시장의 흥정은 흥미롭다. 상인이 처음 10달러를 부른 물건은 긴 흥정을 거쳐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고 버럭 화를 내거나 흥정 없이 덜컥 사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이 책은 서강대 교수(정치학)이자 25년 동안 동남아를 연구해온 저자가 쉽게 풀어쓴 동남아 문화 이야기다.

동남아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흥정이다. 동남아의 흥정은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긴 흥정을 거쳐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더는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게 되는 ‘인간적 가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선거 개표 과정의 오류로 전체 투표자와 총투표수가 맞지 않을 경우 정당들이 표를 나눠 가지는 흥정이 이뤄질 만큼 흥정은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동남아 사람들과의 흥정에 필요한 팁은 끈기와 여유다. 짧은 시간에 화끈하게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보다 끈질기고 느긋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하지만 매년 행복지수를 측정하면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동남아의 힘을 끈기와 여유에서 찾는다. 현지 경험을 토대로 풀어놓는 풍부한 먹을거리와 긴 소매 의복 예절, 주거 문화 등도 흥미롭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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