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남극연구소에 머물던 빅토르. 같은 연구소 모스크바 출신 은행가의 부탁을 받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돌아온다. 하지만 자신의 아파트에는 이미 ‘펭귄’ 미샤의 딸 소냐의 보모 니나가 다른 남자와 살고 있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미샤도 사라져 버렸다. 소속도, 갈 곳도 없는 빅토르. 잃어버린 펭귄을 찾아 동유럽을 떠도는데….
2006년 출간됐던 ‘펭귄의 우울’ 후속 편이 나왔다. 초현실과 풍자가 섞인 독특한 이 소설은 당시 국내엔 생소한 우크라이나 작가임에도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펭귄의 실종’은 펭귄 미샤를 대신해 빅토르가 남극으로 떠나며 애매한 결말을 지었던 전작의 뒤를 잇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에서 동유럽으로 무대를 확장한 소설은 1990년대 혼란했던 사회상을 그려낸다. 펭귄을 찾아 떠난 빅토르의 순례 여행은 키예프는 물론 모스크바, 체첸, 발칸반도까지 이른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국회의원이 된 마피아 보스의 보좌관이 되었다가, 러시아군의 체첸 침공 시절에 전쟁에서 사망한 시체를 태우는 화장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혹독한 현실 속에 블랙 유머를 담은 소설은 날카롭고 유쾌하다. 정체성을 잃은 동유럽 사회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고난을 버텨내며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게 짚어낸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빠른 템포의 추리소설처럼 페이지 넘어가는 즐거움이 크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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