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페라는 최초의 프리마돈나 김자경을 탄생시켰으며, 1964년엔 엄앵란 신성일 주연의 ‘동백아가씨’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섬 처녀와 서울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내용인데 춘희를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주제가 ‘동백아가씨’를 부른 이미자는 국민가수가 됐다.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는 한국 오페라는 우리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국내 오페라의 규모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 최고 수준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 모든 나라가 제작하는 오페라보다 더 많은 오페라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다.
이 때문에 요즘 국내 대학에는 음악을 배우러 오는 중국 등 아시아권 학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은 어느 사이에 아시아 음악의 종주국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음악 선진국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음악에서 부는 이런 현상은 한류처럼 반짝하다가 어느새 혐한류로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일반 대중문화와는 다르다. 클래식 음악은 누구를 사사했다는 사실이 평생 따라다닐 정도로 영향력이 크고 오래간다. 몇십 년 또는 몇백 년을 이어갈 음악의 흐름과 역사가 되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문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이런 놀라운 발전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국내 클래식 음악은 아직 부끄러운 수준의 정부 지원에다 이윤 추구에 급급한 기업의 인색한 지원, 대중음악에만 치우친 국민의 외면이라는 삼중고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 비해 오히려 열악한 음악 환경에서 이토록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 낸 데는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국고 지원 없이 성악가들이 열정 하나로 이끌어왔던 민간 오페라단의 헌신과 희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 오페라는 민간 오페라단에 의해 탄생되고, 민간 오페라단 단장의 희생과 피땀을 먹고 양육되어 오늘날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이뤘다. 사실 국내 오페라의 60년 역사는 민간 오페라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국립 오페라단의 단장을 맡았지만, 현재는 민영 오페라단을 운영하며 오페라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의 오페라를 두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많은 노력과 희생으로 이룩한 질적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무대에 우리 것이다 하며 내놓을 만한 창작 오페라가 단 한 편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 오페라 탄생 60년을 맞아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랑스러움보다 오히려 부끄러움이 앞선다.
최근 전국 70개의 민간 오페라단이 모여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제정했다. 뮤지컬 영화 연극 등 여타 장르에는 많은 상이 있는데 오페라계는 60년이 되도록 변변한 상 하나 없었다. 무대에서 박수를 먹고사는 오페라 가수에게 상은 창작 의지를 북돋는 좋은 격려가 될 것이다.
문화 선진국에서도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으로 이뤄가는 것이지 문화산업의 형태로 시장 논리에 맡기는 일은 없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보태 우리나라에도 카르멘이나 라 트라비아타처럼 200년, 300년 동안 세계인을 감동시킬 위대한 창작 오페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성원 전 국립오페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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