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예정됐던 이른바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彫一莖三尊三世佛立像)’의 경매가 위작 논란을 겪으며 취소됐다. 고미술 경매회사 아이옥션이 통일신라시대의 국보급 삼세불이라며 경매 시작가가 50억 원으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 원)를 넘어선다고 했던 게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불교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세불은 일러야 고려시대에 나타나 조선시대에 일반화된 양식이어서 이 불상이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왔다.
경매 시작가도 논란이 됐다. 한 전문가는 “통일신라시대의 석조 불상이라고 하더라도 경매가가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침체돼 있는 고미술 시장과 감정에 대한 불신이 더해진 게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개된 경매 시장에서 진위 논란과 가격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컬렉터들이 고미술을 더욱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다. 아이옥션의 공창규 대표는 “감정을 위한 자체 자문위원이 있으나 이번 불상의 경우 1차 감정을 한 전문가들의 권위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해 고미술 감정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감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고미술을 감정해 정식 감정서를 발급해주는 곳으로는 한국고미술협회가 있다. 협회 감정위원회는 4, 5명의 감정위원이 모두 합의해야 감정서를 써주는 형식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나 진위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린 적도 있다.
아울러 고미술 감정이 오랜 경험과 안목, 직관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축적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고미술 거래 일선의 상인들과 미술사학계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학계는 상인들이 학문적 바탕 없이 고미술품을 감정한다고 여기고 상인들은 학계가 실제 감정 능력은 떨어지면서 이론만 앞세운다고 불신하는 상황이다. 최신 위작 제작 기법 등 일선 상인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와 학계의 최신 이론이 공유돼야 감식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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