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61>保天下者, 匹夫之賤, 與有責焉耳矣.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保(보)는 사람이 손으로 어린아이를 끌어안은 모습을 나타낸 것이 변형되었다. 갑골문은 아이를 업은 형태이다. 保育(보육)이나 保姆(보모)처럼 돌보아 기르다, 안정시키다 또는 保全(보전)하다, 保衛(보위)처럼 지키다, 保佑(보우)처럼 돕다, 保有(보유)처럼 차지하다의 뜻이 있다. 擔保(담보)처럼 보증서다 또는 보증이나 보증인의 뜻도 있다. 保釋(보석)은 보증을 받고 석방하는 일이다.

匹(필)은 직물의 길이나 말을 세는 단위이다. 하나 또는 단독의 뜻도 있다. 匹夫(필부)는 한 사람의 남자로 평범한 서민 또는 하찮은 사람을 의미한다. 匹馬單槍(필마단창)은 말 한 필과 창 한 자루라는 뜻으로,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행동함을 비유한다. 配匹(배필)처럼 배우자나 짝, 匹敵(필적)처럼 엇비슷하거나 맞수라는 뜻도 있다.

賤(천)은 값이 싸다, 신분이나 지위가 낮다, 賤視(천시)처럼 업신여기다의 뜻이 있다. 賤妾(천첩)이나 賤職(천직)처럼 자기 신분이나 직위를 낮춰 말하는 謙辭(겸사)로도 쓰인다. 여러 면에서 貴(귀)와 상대적으로 쓰인다.

責(책)은 본래 재물을 받아내다의 뜻이다. 그로부터 요구하다, 責任(책임), 責望(책망)처럼 꾸짖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與有責(여유책)은 더불어 책임을 가지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焉(언)은 於此(어차)의 의미로 ‘여기에’에 해당하나 굳이 번역이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구절 끝의 耳矣(이의)는 제한하는 어감을 나타낸다.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확정해 시행하는 일은 당직자의 책임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안정과 번영은 평범한 구성원 각자의 각 영역에서의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는 실천에 의해 이루어진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 淸(청) 顧炎武(고염무)의 ‘日知錄(일지록)’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