庇(비)는 엄(엄)이 의미요소이다. 덮어 가리다 또는 庇護(비호)처럼 감싸거나 보호하다의 뜻이다. 寒(한)은 집안에서 사람 주위를 풀로 싼 것을 나타내고 그 아래 두 획으로 얼음을 표시했다. 춥거나 냉담하다는 뜻과 여기서처럼 곤궁하다 또는 미천하다는 뜻이 있다. 士(사)는 보통 지식인인 선비를 가리키나 본뜻은 성년 남자이다.
俱(구)는 함께 또는 모두의 뜻이다. 俱樂部(구락부)는 뜻도 고려한 ‘클럽’의 일본식 음역이다. 歡(환)은 기뻐하다 또는 기쁨의 뜻이다. 顔(안)은 얼굴로서 紅顔(홍안)이나 童顔(동안)처럼 쓰인다. 의미요소인 頁(혈)은 머리이며 首(수)와 통한다.
杜甫(두보)는 늘 세상 걱정 도맡아 한 전형적인 유가적 시인이다. 이 구절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숭고한 이상의 외침이다. 초가지붕 바람에 불려 부서져 날아가고, 아이들이 눈앞에서 도둑질해간다. 지붕은 온통 새어 방안에 마른 곳 없는데, 삼대 같은 빗줄기는 끊이지 않는다. 축축한 방에서 긴 밤을 어찌 새울지 모르는 터이다. 그런 중에도 시인의 소망은 숭고하기만 하다.
“어떻게 넓은 집 천만 간 마련하여, 세상 곤궁한 이들 다 감싸 모두 기쁜 얼굴 하고서, 비바람에도 산처럼 흔들리지 않게 할까! 아 아, 언젠가 우뚝한 그런 집 눈앞에 보게 되면, 내 집만은 부서져 얼어 죽어도 족하다!” 우리 사회엔 말이라도 그리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茅屋爲秋風所破歌(모옥위추풍소파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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