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치의 과잉, 모든 형태의 확립된 권력을 뛰어넘는 민중 권력의 과잉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68) 파리8대학 명예교수가 2일 서울대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 강연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특유의 사상을 설파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민주주의를 ‘사회 구성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몫을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갖지 않은 자격과 몫을 요구하는’ 과잉 개념으로 특징지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개인들의 무제한적 욕망을 낳고 사회적 질서를 해체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랑시에르 교수는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등과 함께 프랑스 사상계를 이끌고 있는 철학자. 그는 좌파 철학자 루이 알튀세가 1965년 제자들과 함께 펴낸 ‘자본론 독해’ 저술에 참여했으나 ‘68혁명’을 기점으로 전통 마르크시즘에 집착하는 스승 알튀세를 떠나 독자적 좌파 이론을 개척했다.
그는 이날 인권에 대해선 “인권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수수께끼와 같은 이런 정의에는 권리로부터 애초에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랑시에르 교수는 “권리 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권리에 있어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하는데, 문제는 ‘모두’에 누가 포함되는지를 아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3일 오후 3시에는 서울 홍익대 렉처홀에서 ‘미학적 전복’을, 4일 오후 3시 서울 중앙대 국제회의실에서 ‘현대 세계의 정치적 주체화 형태들’을, 5일 오후 4시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테러가 뜻하는 것’을 주제로 강의한다.
3일 강의에 앞서 미리 낸 발표문에서 그는 “미학은 단순히 하나의 분과학문을 가리키는 게 아니며 사유에 대한 어떤 관념, 사회와 역사에 대한 지각과 담론의 모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학은 미와 작품에 대한 이론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며 경험의 형태, 가시성의 방식, 해석의 체제로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랑시에르 교수의 철학은 지난해 말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가 번역 출판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해 ‘감성의 분할’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가 잇달아 나왔으며 ‘불화’ ‘무지한 스승’ 등 6권가량이 번역되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