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호두까기 인형’ 김주원-이현준 커플서 라이벌로…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각각 주인공 소녀와 왕자 역을 맡은 김주원(오른쪽), 이현준 씨. 두 사람은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은 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의 행복한 얼굴”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각각 주인공 소녀와 왕자 역을 맡은 김주원(오른쪽), 이현준 씨. 두 사람은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은 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의 행복한 얼굴”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김주원 “11년째 소녀역 맡아 나 자신도 신선해져”

이현준 “중학교때부터 ‘꽃속의 남자’… 천생 왕자”

#프롤로그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소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국립발레단의 김주원(30) 씨와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이현준(23) 씨.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인 소녀와 왕자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국립발레단과 UBC가 각각 20년 넘게 공연해온 ‘크리스마스 레퍼토리’. 턴을 해보이던 김 씨는 이 씨를 가리키며 “같이 춤추고 싶은 ‘왕자’인데, UBC 무용수라 함께 무대에 설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9월 창작발레 ‘아랑, 백골의 눈물 꽃잎처럼…’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제1회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수상했다. 그때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라이벌로 송년 발레 파티를 열게 됐다. 2일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은 마치 한 무대에 서는 듯 파드되(2인무) 포즈도 취해 보였다.

#1막

소녀의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준 뒤 소녀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준다. 그날 밤 소녀는 꿈속에서 생쥐대마왕의 위협으로부터 인형을 구해내고, 인형은 왕자로 변한다.

평범한 소녀가 왕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동화의 전형이다. 김주원 씨도 멋진 왕자를 만나는 꿈을 꿨다. “‘신데렐라’를 좋아했어요. 호박마차와 유리구두, 드레스…. 그런데 저는 오빠를 따라서 태권도하고 스케이트보드 타길 좋아했거든요. 왈가닥이고 씩씩해서, 공주 같은 여성이 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어요.” 난감한 표정을 짓던 김 씨는 이내 얼굴을 활짝 폈다. “그런데 왕자(호두까기 인형)를 구하는 건 소녀로군요! 용감한 모습이 닮았네요!”

이현준 씨가 말을 이었다. “선화예중 시절에 무용하는 남학생은 저뿐이었어요. ‘꽃 속의 남자’였죠. 여자애들이 저를 두고 싸운 적도 있다고요.(웃음) 그런데 그런 감정이 공연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솔로로 춤출 땐 관객들이 저만 보고 있는 거잖아요.”

#2막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랜드로 떠나는 소녀와 왕자. 인형들이 스페인 춤, 인도 춤, 중국 춤, 꽃의 왈츠를 추면서 두 사람을 축복한 뒤 파드되를 춘다.

이 씨가 김 씨를 높이 들어올렸다. 이어 김 씨가 자신의 허리를 잡은 이 씨의 두 손에 의지해 회전했다. “국립발레단 버전은 체력 소모가 보통이 아니에요. 우리끼리 ‘1막은 계속 뛰고 2막은 계속 돈다’고 할 정도죠.” 김 씨가 호흡을 고르는 새 이 씨가 말했다. “UBC는 춤과 마임을 조화시킨 게 특징이어서 연기력이 필요하고요. ‘호두까기 인형’의 무대가 화려하고 예쁘지만, 실제로는 ‘돈키호테’처럼 테크닉이 많이 동원되는 발레예요.”

#에필로그

호두까기 인형을 품에 안은 소녀는 지난밤 꿈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는다.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묻자 둘 다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보면서 보내왔다는 것. 국립발레단에서만 11년째 소녀 역을 맡아온 김 씨는 “팬들이 식상해할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렇지만 해마다 연말이면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나 자신이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씨도 “지나간 슬픈 일, 우울한 일이 떠오를 때 밝고 경쾌한 ‘호두까기 인형’을 보면서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25∼31일 서울 예술의 전당(02-580-1300)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18∼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1588-7890)에서 공연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미옥기자


▲영상취재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미옥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