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전 타임誌 커버 장식
안트리오 17일 서울 공연
대리운전사 애환 담은 ‘유령’ 초연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미국의 아시아계 천재 소녀들(Asian American Whiz Kids)’이란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로 소개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지도 이제 21년이 지났다.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클래식과 현대음악, 팝과 재즈를 오가며 도발적인 무대를 꾸미는 그들의 음악적 여행은 끝이 없다.
이번 공연에서 안 트리오는 최근 발매한 ‘내가 좋아하는 불면증환자를 위한 자장가’라는 제목의 앨범 수록곡들과 크리스마스 캐럴로 도발적 무대를 꾸민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재즈 기타리스트인 팻 매스니가 이들을 위해 작곡한 ‘유령’이 초연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국립교향악단과 함께 켄지 번치의 ‘하드웨어 콘체르토’를 공연한 안 트리오의 맏언니 마리아 씨와 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유령’은 팻 매스니가 어느 날 서울에만 있는 독특한 직업인 ‘대리운전사’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낯선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며 “피아노 트리오곡을 한 번도 작곡해보지 않은 팻 매스니가 하룻밤 새에 이렇게 아름다운 클래식곡을 썼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곡가 켄지 번치의 ‘춤곡모음곡(Danceband)’도 선보인다. 아이리시 댄스, 미국의 컨추리 춤곡인 백스텝, 디스코 등 5개의 현대적인 춤곡을 모은 곡이다.
마리아 씨는 “우리는 록밴드와 협연을 하더라도 클래식 악기로 어쿠스틱한 음향을 연주한다”며 “우리는 프로듀서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크로스오버 그룹과 다르다”고 말했다.
댄서, 팝 가수, 디스크자키, 화가, 설치미술가, 사진작가, 생태학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클래식음악 협연을 해왔다. 특히 올여름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i-Tunes 라이브 페스티벌’에 출연하고, 체코의 록밴드 ‘타타 보이스’와 합작 음반인 ‘스메타나’를 녹음했다. 안 트리오에게 왜 정통 클래식 음악은 잘 연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라빈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팝스타나 록스타와 똑같았어요. 그들이 현대인이라면 재즈 기타곡을 작곡했을 거예요. 150년 전의 콘서트 무대에서는 90%가 새로 작곡된 음악이 연주됐지요. 만일 우리가 살아 있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는 ‘음악이 없던 세대’로 기억될 겁니다.”
이들은 1년에 150회가량 전 세계를 돌며 연주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막내 안젤라 씨가 결혼한 후 연주회 횟수는 조금 줄였다.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보그, GQ 등의 패션잡지를 장식했던 세 자매의 소녀 같은 발랄한 미모와 패션 감각도 여전하다.
마리아 씨는 “다른 연주자들처럼 몇 천달러짜리 드레스엔 관심없다”며 “우리의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각자 남대문시장이나 명동에서 맘에 드는 옷을 골라 개성을 살린다”고 말했다. 3만∼10만 원. 02-318-430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