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연애담에 버무린 이국문화…‘아담도 이브도 없는’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 아담도 이브도 없는/아멜리 노통브 지음·이상해 옮김/240쪽·1만1000원·문학세계사

덜 독하다. 톡톡 튀는 대사는 여전하지만 애틋함이나 쓸쓸함 같은, ‘노통브 소설’답지 않은 감정이 엿보인다. 자신의 지난 사랑 이야기 때문인 듯하다. 또 노통브는 왜 글을 쓰게 되었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로 한 노통브. 그렇게 만난 학생 린리와 서투르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사랑도 익는다. 히로시마 요리 여행, 후지 산 등반 등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국 문화의 매력을 전하는 작가의 솜씨가 맛깔스럽다.

언어의 차이에 주목한 유머가 유쾌하다. 프랑스어의 ‘놀다’가 ‘놀이를 하다, 운동을 하다’ 등 움직임이 동반되는 데 반해 일본어의 ‘놀다’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 여성형용사 ‘벨(belle)’이 아니라 남성형용사 ‘보(beau)’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내는 남자의 말에서 (잘못 쓴 것이지만) 자국어의 색다른 맛을 느끼는 일 등이 그렇다.

막 작가가 되려는 21세 벨기에 여성과, 그 여성이 자기만 바라보기를 바라는 20세 동양 남성의 사랑은 파국으로 끝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우정의 포옹’을 한 뒤 헤어지는 결말에 이르면 가슴을 쓸어내릴 독자가 적지 않을 듯하다. 아담도 이브도 없는 자리에서 한 매력적인 작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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