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성 곤충인 노린재는 변장을 한다. 흰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흰개미 집 외벽에서 떼어낸 작은 조각을 몸에 붙인 채 흰개미들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노린재는 흰개미 한 마리를 잡아 밖으로 나와 먹어치운 뒤 일부를 다시 흰개미 집 안으로 밀어 넣는다. 죽은 동료를 밖에 버리기 위해 나온 흰개미는 다시 노린재의 먹잇감이 된다.
몸길이 11cm의 작은 물고기 놀래기. 태평양 산호초 안의 이 청소부 물고기는 수완이 좋다. 언제나 바닷속 모래톱의 같은 장소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하루 종일 수많은 물고기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그곳을 지나간다. 이때 놀래기는 물고기 몸을 깨끗이 청소해주는데 ‘고객’ 여러 마리가 기다릴 때는 ‘뜨내기’ 고객을 먼저 상대한다. 단골 고객은 좀 기다려도 다른 청소부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언어, 도구, 속임수, 배우고 가르치는 행동을 동물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도구를 사용하는 문어, 상처가 나면 약초로 몸을 치료하는 영장류, 새끼들에게 사냥 기술을 연습시키는 물개, 축구하는 물고기 등의 사례를 차례로 소개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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