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비정상이라고? 나는 전쟁이 매일매일 우리에게서 한순간도 멀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융연구소 소장을 지낸 심리학자인 저자가 전쟁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저자에게 전쟁은 정상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돼 왔고 특정 지역이 아닌 여러 곳에서 발생하며 전쟁이 일어나도록 돕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필연성을 인정한 선배 학자인 칸트와 마키아벨리, 클라우제비츠, 마르크스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원군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의 기원을 그리스신화에서 찾는다. 미(美)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남편 몰래 전쟁의 신 아레스와 정을 통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전쟁이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서로 본능적으로 끌리는 관계라는 해석이다.
저자는 베트남전쟁 때 헬기에서 적진으로 뛰어내린 뒤 “그 광경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죽음이 두려웠다”는 미군 병사의 증언을 통해 끔찍한 전쟁에서도 미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쟁의 ‘통제 불가능한 자율’에도 주목한다. 전쟁은 일단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자체의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