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9년 ‘앨터몬트의 비극’

‘(1969년) 12월 6일은 로큰롤 역사상 최악의 날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엉망이었다.…로큰롤 밴드 공연, 무대로 쏟아지는 함성 속에 칼부림과 살인이 벌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음악전문잡지 ‘롤링스톤스’ 51호·1970년 2월 7일 발간)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앨터몬트 스피드웨이에서 ‘앨터몬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당대 최고 인기그룹 롤링스톤스가 주최한 무료 록 콘서트였다. 4개월 전 개최된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의 열기를 이어가고자 한 행사로 산타나, 제퍼슨 에어플레인,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드 영 등이 초청됐다.

공연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장소와 날짜가 오락가락하다 공연이 임박해 결정됐다. 그 바람에 전반적인 시스템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 높이도 고작 120cm 정도였고, 편의시설도 형편없었다. 게다가 롤링스톤스는 경찰 보호를 거절하고 모터사이클 갱 ‘헬스 에인절스’에 공연 질서 유지를 의뢰했다. 500달러어치 맥주가 그 보수였다. 비극의 시작이었을까.

막이 오르자 공연장은 3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찼다. LSD 같은 마약에 취한 일부 관객이 서로 엉켜 아수라장이 되자 헬스 에인절스는 닥치는 대로 곤봉을 휘둘렀다. 관중석은 점점 광란에 빠져들면서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았다.

롤링스톤스가 ‘Under my thumb’ 노래를 막 끝마칠 때였다. 흑인 청년 메러디스 헌터(당시 18세)가 연발권총을 들고 무대에 접근하는 순간, 헬스 에인절스 단원들이 저지하려다 칼을 휘둘러 그를 살해하고 말았다. 또 관객 2명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고, 1명은 수로에 빠져 익사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앨터몬트의 비극’으로 인해 1960년대의 상징인 록은 ‘악마의 노래’로 추락했다. 그후 앨터몬트 스피드웨이에서 록 콘서트 개최가 전면 금지됐다. 언론은 ‘앨터몬트 페스티벌에서 젊은이들의 무질서와 폭력, 혼란을 봤다’고 비판공세에 나섰다.

이즈음 비틀스 등 많은 밴드가 해산했고 기존 밴드의 멤버들은 각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록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공동체의 시대가 저물고 개인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때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앨터몬트 콘서트를 히피 시대와 1960년대 미국 문화의 마침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