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주말 책 동네 ‘사진캡슐’

  • 입력 2008년 12월 6일 08시 15분


머리에 바가지를 씌운 채 이발을 한 듯한 4명의 꼬마(사진)가 카메라 렌즈를 향해 얼굴을 디밀고 환히 웃는다. 1988년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봄날이었다. 강제철거로 인해 집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폐허 같은 동네를 뒤로 하고, 해맑은 표정을 보인다.

‘이사갑니다’라는 제목의 ‘마포구 도화동 재개발 지역’의 사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가득하던 도시의 뒷모습을 남겼다.

신간 ‘사진캡슐’(정동헌·눈빛출판사)은 1980년부터 2006년까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집이다. 당시에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 속에서 사람들의 세밀한 표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이제는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특별한 사연들이 숨어있다. “사진은 단지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저자는 사진기자의 관점으로 85장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보도사진을 책으로 묶었다.

1987년 평화시위를 마친 시민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모습, 1988년 산악인 허영호의 개선 카퍼레이드, 1993년 과자박스로 햇빛을 가리며 추석 귀성표를 구하려고 몰려든 서울역 앞 시민 등 과거의 일상과 이벤트가 사진에 남아있다.

각 사진마다 촬영에 얽힌 사연이나 당시의 느낌을 짧은 수필로 곁들였다. 자주 뉴스를 통해 보았지만 기억에서 놓치기 쉬운 여러 순간들이 고스란히 책에 들어있다. 기록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나 보도 사진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보기에 좋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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