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없지만 독한’ 음악소통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3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일산 MBC드림센터 4층 녹음실. 비좁아 보이는 스튜디오엔 무려 카메라 5대가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들을 분주히 훑고 있다. 잠시 후. 첫 번째 노래 ‘싸구려 커피’가 끝나자 구석에서 음악을 듣던 MC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노래 제목이 특이해요. 혹시 자판기 커피, 믹스 커피를 무시하는 건가요?”(신정환)
“싸구려가 어때서요? 싸구려를 무시하는 겁니까?”(장기하)
“얼굴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얼굴들이 그다지 내세울 만하진 않네요.”(윤종신)
진행자와 게스트가 일합을 겨루자 스튜디오 분위기가 한순간에 풀어진다. 이곳은 MBC ‘음악여행 라라라’(수요일 밤 12시 35분)의 촬영현장.
‘가수의 녹음실’ 콘셉트를 표방해 11월 27일 처음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KBS2 ‘이하나의 페퍼민트’, SBS ‘김정은의 초콜릿’ 등 다른 방송사 음악토크쇼와 달리 관객과 무대가 없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위 가수보다 뮤지션들의 연주와 표정에 초점을 맞췄다. 가수들이 밴드를 구성해 실제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에 뮤지션이 만족할 때까지 녹화를 할 수 있다.
진행자인 김구라 김국진 신정환 윤종신의 면면에서 볼 수 있듯이 가수와 간단한 덕담을 나누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의 주제는 ‘인디밴드로 사는 법’. 음악에 대한 진지한 얘기가 오가는가 싶더니 사실은 ‘실없지만 독한’ 토크였다.
“장기하 씨도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이번 앨범으로 좀 버셨어요?”(윤)
“이번 앨범은 손으로 만들었어요. 방안에서 음반사 식구들끼리 자장면 시켜 먹으면서 CD를 굽고 손으로 라벨을 붙였죠. 처음엔 100장으로 시작했는데 주문이 넘쳐 5000장 넘게 만들었어요.”(장)
“지금도 그럼 계속 앨범을 만들고 계신 거네요? 혹시 그 앨범에 자장면 국물 묻어 있는 건 아닐까요?”(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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