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68>循流而下易以至, 背風而馳易以遠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4분


循(순)은 걸음을 뜻하는 척(척)이 의미요소이다. 따르다, 좇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循俗(순속)은 풍속을 따르는 것이고, 循吏(순리)는 법을 지키고 이치를 따르는 선량한 관리이다. 循環(순환)처럼 빙빙 돈다는 뜻도 있다. 流(류)는 물의 흐름이다. 循流(순류)는 물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下(하)는 내려간다는 동사로 쓰였다.

易(이)는 容易(용이)처럼 쉽다는 뜻이다. 貿易(무역)처럼 바꾸다의 뜻이면 ‘역’으로 읽는다. 도달하다의 뜻인 至(지)는 새가 위에서 날아 땅으로 내려오는 것을 나타냈다. 갑골문은 땅에 화살이 거꾸로 박힌 형태이다. 여기서의 以(이)는 해석이 불필요한 조사로 음절의 조절에 관여할 뿐이다. 易以至(이이지)는 쉬 목적지에 이르다, 뒤의 易以遠(이이원)은 쉬 멀리가다의 뜻이다.

背(배)의 의미요소는 肉(육)의 변형인 月(육)이다. 달을 가리키는 月(월)과 형태는 같아도 전혀 다른 글자다. 背(배)는 등이다. 동사로는 등지다, 違背(위배)하거나 背反(배반)하다, 등에 짊어지다의 뜻이 있다. 背風(배풍)은 바람을 등에 지는 것으로 順風(순풍)과 통한다.

馳(치)는 馬(마)가 의미요소로 말을 빨리 몰다 또는 달리다의 뜻이다. 背馳(배치)는 서로 등지고 달린다는 말로, 서로 반대되어 어그러지거나 어긋남을 의미한다. 馳名(치명)처럼 명성 따위를 전파하거나 알려지게 한다는 뜻도 있다.

물길 타고 흐르고 바람타고 달리면 힘들이지 않고 쉬 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대중에게 해가 되는 일을 방지하고 이로움이 되는 일을 시행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통치자로서 물길을 타고 바람을 타는 일이다. 쉬운 듯해도 사적인 이해와 호오를 모두 떨쳐버려야 비로소 가능하다.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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